길목엔 스페인 최고 중세다리 마세이라
문어와 홍합이 넘치는 무로스어촌 정취
바다옆 산악 경동지괴 에사로폭포 장관
무시아엔 행운의 바위, 유류피해극복도
땅끝엔 등대, 운동화동상 옆 순례자 무덤
해남 처럼 횟감,거북손..해양보양식 천국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드디어 목적지 산티아고 대성당이다. 이곳에선 1~2분에 한번씩 축제가 열린다. ▶기사 하단, 헤럴드경제 리오프닝 특별기획 ‘산티아고 순례길’ 전체기사 목록
지난 13일 오후 산티아고 대성당에는 오비에도 예수성심회 오케스트라의 환영 연주 속에, 어릴적 의기투합하던 결기로 65세 나이로 순례를 떠났던 마누엘 프란시스코와 후안 안토니오 죽마고우가 당도했고, 이어 청년 10여명이 연이어 도착했다.
막 순례를 끝낸 사람도, 주민도, 가족지인도 너나 할 것없이 “잘 했어”, “축하해”라는 인사를 건넨다. 성취감에 들뜬 청년들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기쁨의 바로크 대형의 퍼포먼스를 보였다. 1200년간 시시각각 이어진 풍경이지만 늘 새롭다.
이게 끝이 아닌 순례자들도 많다. 청소년 10여명이 입장하던 프랑스 길 마지막 구간에서 직진하면 피스테라(Fisterra)와 무시아(Muxía) 구간이 시작된다. ‘끝’를 뜻하는 ‘fin’이 접두어인 피니스테라(=피스테라)에 가면 남은거리 ‘0’이 된다. 무시아로 와도 ‘0㎞’ 표시가 있다.
산티아고에서 서쪽으로 20㎞쯤 가면 마세이라(maceira) 다리 ‘폰테마세이라’를 만난다. 14세기 산티아고 대성당 대주교에 의해 세워졌고, 18세기에 현재 모습으로 재건됐다. 탐브레 강이 가로막은 마을 동서를 이어준다.
이 이전에는 비슷한 위치에 네그레이라(Negreira)다리가 있었던 모양이다. 야고보 성인의 유해가 이를 통해 강을 건너는데, 추격하는 적들 앞에서 이다리가 끊어져 운구가 순조롭게 이어졌다는 설도 있다. 폰테마세이라 아래, 위엔 사진작가, 가족여행자 등이 가장 좋은 앵글, 인생샷을 얻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이 다리는 스페인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 중 하나로 선정됐고, 인증마크를 입구에 붙여놓았다. 다리 아래쪽 옆에는 옛 물레방앗간 자취가 남아있다.
땅끝마을 남쪽 무로스(Muros) 해변 어촌은 문어와 홍합으로 유명하고 낚시꾼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신(神)의 다섯손가락의 엄지는 땅끝인데, 무로스는 집게손가락에 해당한다.
이곳에서 25㎞가량 북쪽으로 가면 핀도(Pindo) 해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에사로(Ezaro) 폭포의 장관을 만난다. 경동지괴 강원도 동해안처럼, 바다와 산악이 붙어있는 대서양 연안에도 바다와 계곡이 붙은 곳이 있을 줄 짐작은 했었다.
무시아는 피니스테라의 북북동쪽에 있는데, 유라시아 대륙이 동서로 길게 펼쳐졌으므로, 한국 해남 땅끝과 대응하는 최서단 피니스테라가 땅끝 맞다.
성 야고보(산티아고)가 다신교 스페인에 들어와 포교에 어려움을 겪자, 성모마리아가 야고보를 응원하기 위해 돌로 된 배를 타고 이곳에 나타났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무시아엔 늘 엄청난 파도가 해변 바위들을 때린다. 강력한 서풍에 떠밀려오는 거대 파도를 가장 가까이서 보는 곳이다. 바람도 어마어마하게 세다. 해안의 거석들에 파도가 닿으면 5~6m 높이의 포말이 솟는 것은 기본이다.
세상의 종말을 상징하던 무시아엔 희망의 돌 3개가 있다. 해변 성당 앞 두 개의 바위 중 인체의 장기를 닮은 카드리스는 그 밑으로 사람이 지나가면 액운이 사라진다는 속설을 가졌다.
아발라는 납작하고 둥근 돌이 더 큰 돌에 붙은 것처럼 생긴 해안 흔들바위인데, 올라서서 굴렀을 때 움직임이 있으면 죄가 없어진다는 속설이 있었다. 그러나 2014년 돌이 파도에 깨져 지금은 천사가 굴러도 흔들리지 않는다. 파도가 워낙 강해 그 근처에 범접하려면 조심해야 한다.
인간이 가공한 돌 ‘라 에리다’도 있다. 10m 가량 되는 두 개의 거석이 서로 가까이에서 마주보는 형상이다. 이 앞에 ‘0㎞ 표석이 있다’ 2007년 150만명이 바다의 기름을 함께 제거했던 한국의 태안 처럼 이곳에서도 2002년 거센 파도에 유조선이 두 토막 나는 사고가 있었는데, 수년에 걸쳐 잘 극복해냈고, 되풀이하지 말자는 취지에서 세운 유류피해극복 기념비이다. 주민과 자원봉사자의 만남 혹은 성모마리아가 야고보의 만남을 상징하는 듯 하다.
대서양 변 기암괴석을 좀 더 가까이에 찍으려하니, 성당 앞 전망대에 있던 현지인들이 말린다. 언제 어느 때 큰 파도가 몰려와 휩쓸지 모른다는 걱정에서다. 미리 사진앵글을 기획해 두었다가 한번에 찍고 나와야 한다. 마을로 내려오자 바람은 덜하다. 반려견과 산책을 많이 하는 곳이라 그런지, 개가 자기 변을 스스로 치우는 그림과 함께 ‘책임 배변’을 강조하는 안내문도 보인다.
무시아와 무로스 사이에 ‘땅끝’ 피니스테라가 있다. 참고로 피스테라는 현지인의 발음이고, 피니스테라는 ‘끝’(Fin)이라는 말을 정확히 전달하려는 뜻에서 스페인 다른 지방을 포함한 유럽인 모두가 부르는 이름이다. 갈리시아 해안사투리 중엔 스페인어 표준말을 줄여쓰는 것이 꽤 있다.
땅끝으로 나아가면 등대에 못 미쳐 ‘0㎞’라는 까미노의 종점 표시가 보이고, 많은 작가들이 둥근 원판 위에 이곳의 이미지를 그려놓은 예술작품이 도열해 있다.
유명한 낡은 운동화 동상은 순례자의 지난했던 고행에 경의를 표하는 뜻이다. 작지만 보는 순간 진한 감동을 준다. 이곳에서 순례자들은 신발과 옷가지 한 두개를 불태우는 의식을 치렀다. 지금은 불법이라 해서는 안된다.
이곳에 도달해 숨진 한 순례자의 무덤도 보인다. 세상의 끝이기에, 걷는 동안 숱한 성찰을 했음에도 다시한번 자신을 돌아보는 최고의 스팟이다.
해남-피스테라 동서 두 땅끝마을은 청정 해물 식재료도 비슷하다. 문어,홍합,횟감,멍게 등 건강미식이 즐비하다. 피스테라의 T레스토랑의 바지락 요리는 바지락을 우린 양념과 으깬 감자, 크림의 조화로운 소스에 익힌 바지락이 풍덩 빠진 모양새인데, 유럽을 다니면서 먹어 본 최고 미식 중 하나였다. 심지어 거북손(barnaculo), 아귀(pejesapo)찜 먹는 것도 같다.
땅끝 피스테라에 도착한 순례자, 미술가 주앙(53)은 동쪽 땅끝 한국에서 온 탐방객들을 반겨주었다.
스페인 사람인 그의 순례 목적은 ‘인생 재설계’이다. 주앙은 “새로운 예술 영역 락앤롤 아티스트에 도전하고 싶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다양한 면모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북쪽 해안길인 노르떼 코스에서 시작해 피스테라까지 걷게 됐다”고 말했다. (계속)
◆산티아고 순례길 헤럴드경제 인터넷판 글 싣는 순서 ▶3월8일자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걸으면, 왜 성인군자가 될까 ▶3월15일자 ▷스페인 갈리시아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난 사람들 ▷산티아고는 제주 올레의 어머니..상호 우정 구간 조성 ▶3월22일자 ▷산티아고 대서양길①땅끝끼리 한국-스페인 우정, 순례길의 감동들 ▷산티아고 대서양길②임진강과 다른 미뇨강, 발렌사,투이,과르다 켈트마을 ▷산티아고 순례길, 대서양을 발아래 두고…신의 손길을 느끼다 ▷산티아고 순례지 맛집①매콤 문어,농어회..완전 한국맛 ▷산티아고 순례지 맛집②파니니,해물볶음밥..거북손도 ▷산티아고 순례길 마을식당서 만나는 바지락·대구·감자·우거지…우리집에서 먹던 ‘한국맛’ ▶3월29일자 ▷산티아고 대서양길③돌아오지 못한 콜럼버스..바요나, 비고 ▷산티아고 대서양길④스페인 동백아가씨와 폰테베드라, 레돈델라, 파드론 ▷산티아고 대서양길⑤(피스테라-무시아) 땅끝은 희망..행운·해산물 득템 ▷산티아고 프랑스길①순례길의 교과서, 세브리로 성배 앞 한글기도문 뭉클 ▶4월5일자 ▷산티아고 프랑스길②사모스,사리아,포르토마린,아르수아 ▷산티아고 프랑스길③종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매력들 ▷산티아고 영국길..코루냐,페롤,폰테데움,베탄소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