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없이 부족한 의료 현실
“위중증환자 보호자들에 떠넘겨”
재택치료 하다 병세 악화되기도
고위험군 확진자 대응 여력 부족
치료중 사망하면 장례도 기다려야
홍석우(38) 씨의 가족은 얼마 전 병원으로부터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중증 환자인 할머니와 이별할 준비를 하라는 이야기였다. 홍씨의 할머니는 코로나 확진 후 일주일 동안 별다른 증상이 없이 재택 치료를 하다 갑자기 병세가 악화됐다. 홍씨 가족은 할머니가 입원할 병원을 찾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홍씨는 “할머니가 각혈을 하실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지만 받아 주는 병원이 없었다”며 “재택 치료 당시 가족이 충분히 신경을 못 써서 병세가 악화된 것만 같아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홍씨는 최근 다른 환자 보호자들이 볼 수 있도록 자신의 블로그에 할머니의 상황을 상세히 적어 올렸다. 그는 “고위험군 환자는 산소포화도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은데 보건소 안내가 부족한 것 같고, 가족도 미처 몰랐다”고 토로했다.
피 말리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보호자가 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가 대폭 늘면서 재택·병원 치료가 쉽지 않은 데다, 언제 위기를 맞을 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가 병세에 시달리다 사망하더라도 장례마저 쉽지 않아 보호자들은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위중증 환자 보호자들은 환자에 대한 의료 환경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박혜진(42) 씨의 아버지는 지난 1월 확진돼 인공호흡기를 달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가, 현재는 다소 호전돼 일반 병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박씨는 “기저질환이 없던 71세 아버지의 병세가 갑자기 안 좋아졌다”며 “그런데도 증상 발현일로 20일 지났으니 일반 병실 가라고 해서 옮겼고, 치료 비용도 지원 기간이 끝나 자비로 내고 있다. 정부가 위중증 환자를 방치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위중증 환자 보호자들은 가족이 사망할 경우 이별도 쉽지 않다. 최근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장례식장이 만실인 관계로 대기는 기본인 데다, 장례 과정도 짧아져서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들이 모인 커뮤니티에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안치실에 2일 머물다 겨우 장례를 치렀다”, “‘선(先)화장 후(後)장례’ 아니면 장례를 못 치른다는 말을 들었다” 등의 사연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실제 전국 화장 시설은 일반 시신을 받을 여력이 안 될 정도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화장시설 예약 현황을 알 수 있는 ‘보건복지부 e하늘 화장예약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기준 일반 시신 예약이 가능한 곳은 제주 지역 화장터 한 곳뿐이었다. 그마저도 1명만 예약이 가능한 상황이다. 해당 시스템은 긴급 공지를 띄우고 “전국 화장 시설의 운영 시간을 늘리고 화장로를 최대한 가동하고 있음에도 당분간은 화장 시설 이용에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확진자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치사율이 높은 고위험군을 집중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16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충분히 걸릴 만큼 걸려서 이번 유행을 마지막 유행으로 한 번 만들고 끝내겠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면 절대로 이런 방향으로 끌어갈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0시 기준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40만7017명, 위중증 환자 수는 1049명을 기록했다. 사망자는 301명이었다. 전날인 지난 17일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429명으로 처음으로 400명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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