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바라는 수출산업 정책
전략사업 ‘워닝 시그널’로 철저 대비
외교공무원 전문성 키워 역할 강화
염재호 SK㈜ 이사회 의장은 “이제는 정부가 과거처럼 수출을 얼마했다는 식으로만 통계를 잡는 게 아니라 글로벌 밸류체인(가치사슬)을 빅데이터·AI(인공지능)로 관리할 수 있는 산업데이터청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염 의장은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SK 본사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SK도 경험하고 있고 최태원 회장도 굉장히 관심을 갖고 있는 게 글로벌 밸류체인으로, 지금은 전세계의 모든 게 서로 엉켜있고 어느 하나가 빠지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염 의장은 “우리가 예전에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수출규제나 최근에 요소수 사태를 겪은 것처럼 작은 일로도 애를 크게 먹는데, 산업데이터청 설치로 이를 항상 모니터링하고 태풍 예보하듯 미리 워닝시그널(경고신호)도 줘서 대비하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가 이런 시스템에 대한 맵을 그려서 전략 수출 사업에 대해서는 아주 철저하게 대비하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같이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국내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외교부의 위상과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미국만 하더라도 국무부 장관이 대통령, 부통령 다음의 ‘써드맨(3위서열)’인데, 우리나라의 외교관 수는 네덜란드보다 적고 관련 예산도 캐나다의 절반 수준”이라며 “외교부 장관도 부총리급이 돼야 하고 다시 예전처럼 통상 부문도 재결합하는 한편 외교공무원들도 전문성을 키워 세계 무대에서 역할을 감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정부 출범과 관련, 국내 기업들의 시대적 과제가 바뀌고 있는 만큼 정책 환경도 그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는 당부도 꺼냈다. 염 의장은 “지난 50년간 세계의 평균 GDP(국내총생산)는 여섯배 정도 성장했는데, 같은 기간 우리나라는 약 400배 커졌다”며 “지금까지는 우리 기업들이 ‘패스트 팔로워(신제품·신기술을 빠르게 쫓아가는 기업)’였다면 이제는 먼저 개척에 나서도록 완전히 체질을 바꿔야 하는데 정부가 이런 부문의 서포팅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옛날 스타일로 유망 산업만 골라 육성하는 ‘위너피킹(winner picking)’ 식으로는 안되고, 국가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더 넓은 에코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잘못하는 부문에 대해서는 강하게 규제하되, 잘하고 있는 곳에 대해서는 좀 더 신뢰 관계를 기초로 여건을 마련해 주는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염 의장은 한달에 책을 15~20권 가량 구입하는 독서광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최근 읽은 책 중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쓴 ‘독일의 힘, 독일의 총리들’이란 책과 세계적 컨설턴트 마틴 린드스트롬이 저술한 ‘고장난 회사들(원제 The Ministry of Common Sense)’을 소개했다. 그는 “김 전 총리의 책을 보면서 우리 정치가 독일식 협치로 나가야 한다는 점을 다시 느끼게 됐고, ‘고장난 회사들’은 기업 경영에 있어서 회사 입장이 아닌 상식과 고객 입장에서 접근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돌아보게 해준 책”이라고 말했다.
정리=서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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