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벤츠녀도, 래퍼 노엘도 음주운전 높은 ‘재범률’
“잘못한 것만 생각나고 후회되고 죄송해 매일 숨죽여 웁니다. 할 수만 있다고 제가 죽고 그분이 돌아오시길 바랍니다.” 지난 16일 서울동부지법의 한 항소심 재판장. 지난해 5월 서울 성동구 뚝섬역 인근 도로에서 60대 노동자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벤츠 음주 운전자인 30대 여성 권모 씨가 울먹이며 말했다. 권씨는 2020년에도 벌금형 약식명령을 받은 재범 음주운전자다.
음주 운전자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이 2018년 12월 시행됐지만 권씨처럼 재범 이상 음주운전 자가 낸 사고는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상습 음주운전자의 죄의식과 수치심을 높일 방안들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17일 경찰청에 따르면 재범 이상 음주운전자가 낸 사고 사망자 수는 2019년 119명에서 2020년 133명으로 11.8%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음주운전으로 인한 전체 사망자 수는 감소한 것과는 상반되는 수치다. 전체 음주운전 사고 사망자 수는 ▷2019년 295명 ▷2020년 287명 ▷2021년 206명(잠정치)으로 2년 만에 30.2% 줄었다.
이에 따라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은 오는 7월부터 음주운전자 교육 시간과 내용을 강화할 방침이다. 음주 전력(1~3회)에 따라 각각 6·8·16시간이었던 교육 시간은 각각 12·16·48시간으로 늘어난다. 음주운전 전력자가 면허를 재발급하려면 상담·토론·심리검사 등에 참여해야 한다. 경찰은 음주운전으로 면허 정지·취소 처분을 받은 운전자 차량에 시동잠금장치(알코올 감지 호흡 측정기)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최근 3년간 음주운전 재범률은 43~45% 정도다. 10명 중 4명은 다시 음주운전을 한다는 이야기다. 재범은 유명인과 일반인을 가리지 않는다. 지난해 9월 무면허 음주운전 및 경찰관 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래퍼 장용준(예명 노엘) 씨도 2019년 음주운전 전력이 있다. 지난 7일에도 아이돌 그룹 ‘제국의 아이들’ 리더 문준영 씨가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됐다. 문씨도 2018년 면허 정지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다.
전문가들은 음주운전이 강한 자기 확신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점을 꼽았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음주운전은 ‘술 먹어도 난 운전할 수 있다’와 ‘걸리는 건 운이 안 좋아서다’라는 자기 확신이 재범을 일으키는 독특한 범죄”라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술로 판단력이 흐려진 상황에서 자동차를 타면 운전자는 가면을 쓴 것처럼 익명성을 얻어 과감하게 행동하기 쉽다”고 경고했다.
높아진 법정형에 비해 음주운전자들의 체감도는 낮다는 점도 지적됐다. 법관은 법정형 범위 내에서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기준에 따라 형을 가중하거나 감경해 선고한다. 승 위원은 “위험운전치사 등 법정형은 높더라도 선고형이 낮은 경우가 있는데 이는 양형기준이 기존 선고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라며 “이 간극은 향후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양형기준을 재정립할 때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재범자가 초범 후 ‘이 정도는 감내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면 안 된다”며 “미국 오하이오주(州)의 음주운전자용 번호판 제도나 호주의 신상공개제도처럼 상습범들의 죄책감과 수치심을 높일 방안을 강구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희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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