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합의 없으면 자동연장’ 조항에도
‘직무 역량 미달’ 이유로 사직원 제출받아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근로계약서상 근로기간 자동연장 조항이 있는데도, 계약서에 없는 ‘업무 능력 미달’ 등을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헬기 조종사 A씨가 B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계약서에 A씨와 B사가 별도로 합의하지 않는 한 근로계약이 자동연장 된다는 조항은 분명하지만, ‘근로계약 기간 동안 항공종사자 자격을 유지할 것’ 등의 조항은 계약서에 기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근로계약서에 적혀 있지 않은 내용을 추가하는 것은 처분 문서인 근로계약서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A씨는 부당해고로 인해 미지급된 임금을 달라며 B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A씨는 2017년 5월 산불 진압 등을 하는 B사에 헬기조종사로 채용됐다. A씨는 B사와 ‘근로계약 기간을 1년으로 하되, 계약 기간 만료 시까지 별도 합의가 없으면 기간만료일에 자동 연장한다’는 내용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이후 B사는 A씨를 포함한 조종사들로 하여금 헬리콥터 교육 훈련을 받게 했으나, 이들 모두 역량미달 평가를 받았다. 이에 B사는 A씨를 포함한 조종사와 정비사 전원의 사직원을 요구했고, A씨 등은 이를 제출했다. 이후 B사는 A씨에게 ‘헬기 조종사로서 필요한 직무상 역량미달로 근로계약 갱신이 불가하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1심은 A씨에 대한 해고는 부당해고라며, B사가 A씨에게 미지급 임금 1900여만원을 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근로기간 자동 갱신’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았다. 이를 인정할 경우, 기간 제한이 없는 근로자와 동일한 지위를 누리게 돼, 계약서상의 계약 기간이 의미와 효력을 가지지 못하게 된다는 판단이다. 항소심 판단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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