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magine! 디자인으로 삶을 재설계한다 - 미니어처 푸드의 대가, 피터 캘러한
오바마등 유명인사 파티음식 기획 양배추·방울 토마토 정교한 손질 동전만한 먹거리 사교장 품격 더해
“음식은 사람들 유대감 강화하는 것 흔한 아이템들도 스타일리시하게… 곧 한국음식으로 실험할 날 온다”
처음 만난 이와 갖는 어색한 식사 자리에서 대화 소재를 찾지 못해 침묵을 견뎌야 했던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있을 것이다. 어떤 말로 말문을 열어야 하나 진땀을 빼는 순간, 숨통을 트게 해주는 좋은 조력자가 있다. 테이블 위에 차려진 밥이다. 먹을거리는 모든 이가 관심을 갖는 공통의 주제다. 따라서 밥은 곧 소통의 매개체, 미디어이기도 하다.
오는 26일 열리는 헤럴드디자인포럼의 연사로 서는 피터 캘러한은 디자인 하나만으로 먹을거리를 훌륭한 미디어로 재탄생시켜 이름을 알린 미국의 외식 사업가다. 자신의 이름을 딴 ‘피터 캘러한 케이터링’을 운영하는 그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엘고어 전 부통령 등 해외 유명인사들의 파티 음식 기획을 맡기도 했다. 그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만든 음식을 “사람들 사이에 유대감을 주고 대화의 주제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가 특히 이름을 알린 것은 ‘미니어처 음식’. 손가락 두 마디만한 크기의 프렌치 프라이, 동전만한 햄버거를 경험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소인국에 떠밀려온 걸리버와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하게 음식의 크기를 줄였다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프렌치 프라이, 햄버거 등은 미국인에게는 너무 흔하고 평범해서 고급 사교장에는 어울리지 않는 음식이지만 조그맣게 축소해 놓으면, 음식의 품격도 달라진다. 캘러한은 “햄버거, 그릴드 치즈, 랍스터 롤 등 흔한 아이템이라도 축소해서 파티 드레스 등을 입었을 때 스타일리시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이 성공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것들은 모든 이들이 편하게 즐겨먹는 음식 아닌가. 파티에 초대된 사람들이 우아하게 턱시도 차려 입고 이름도, 재료도 알 수 없는 낯선 음식들을 먹으며 점잔 빼는 사이 쉽게 지쳐버린다는 것을 피터 캘러한은 눈치챘다. 그는 “(다른 파티의) 음식이 약간 먹기 어렵고 부담스러운 종류였다면, 제 음식은 이와 완전 반대되는 개념입니다. 사람을 웃게 하는 음식이죠”라고 말했다.
음식을 작게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이다. 가령 햄버거를 만들 때 패티 사이즈를 정확하게 재야하며, 양배추가 너무 크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의 눈에 보일 정도가 되도록 해야 하고, 방울 토마토를 크기와 모양에 맞춰 정교하게 잘라내야하는 일 등은 세심한 손길을 필요로 한다. 캘러한은 “작은 음식들을 가장 좋게 보이게 하는 것은 원래 음식이랑 외형이 똑같아야 한다는 점”이라며 “그런 정교한 노력이 자신의 작품에 가치를 더한다”고 말했다.
시각적인 부분만이 아니다. 그는 파티가 좀 더 풍요로운 분위기가 되도록 하기 위해 사람들의 오감을 자극시킬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가령 테이블위에 약간의 육수를 뿌려 놓거나, 손님들이 생선요리를 먹으면서 상큼한 향이 나도록 스팀이 나오는 기계를 사용한다든지 하는 방법도 파티의 분위기를 바꿔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단순한 케이터링 서비스 업체의 대표이지만 그는 보다 나은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일을 하고 있다. 요리사 뿐만 아니라, 미술가, 디자이너 등도 그의 파트너다.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혈받을 수 있어야 창의적인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캘러한은 자신이 만든 음식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음식과 디자인의 가치를 부각시키는 것이 미래의 가장 중요한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각 지방과 국가의 특색을 살린 음식들을 더 소중하게 여기고 각국의 문화에 녹여 내는 것도 하고 싶은 일중에 하나”라며 “조만간 한국 음식으로도 실험할 날이 곧 올 것 같습니다”는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