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디자인 디렉터, 매튜 커크렐

“디자인은 한가지 영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장기적으로는 지구 온난화, 자원 부족, 세계 빈곤, 물부족 현상 등 모든 것과 연결돼 있고, 그런 과제까지 고려하는 것이 바로 디자인입니다.”

오는 26일 열리는 ‘헤럴드디자인포럼2014’에 연사로 나서는 영국의 디자인 디렉터 매튜 커크렐. 행사에 앞선 이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현재와 미래의 디자인은 우리 주변의 모든 것과 ‘연결’돼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매튜 커크렐은 “IT 영역의 트렌드가 빨리 변하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디자인과 거리가 멀어 보일 것 같지만, 두 가지가 공존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면서 “디지털(무형적) 해법은 제품을 무형화시켜 환경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예를들어 음악 CD가 디지털 음원화되면서 40%~80%까지 소비가 줄었고 품질도 떨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디자인포럼]

같은 맥락에서 제품 하드웨어 디자인과 IT 서비스의 구분이 어려워지면서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디자인간 연결성이 더욱 심화된 것이 최근의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스마트폰의 발전이 이러한 변화의 속도를 증폭시켰다고 해석했다.

그는 “과거에는 제품은 형태와 모양을 가진 것이었고, 서비스 디자인은 무형의 디자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서로의 경계를 구분짓는 것이 어려워졌다”면서 “휴대전화 발명은 이 변화의 속도를 높였고, 제품은 서비스를 낳고 서비스는 무형의 아이디어를 형상화 하는 채널을 통해 또 다시 제품으로 탄생하고 있는 추세”라고 언급했다.

제품과 서비스의 경계가 무뎌지는 업계의 흐름은 그가 제품 하드웨어 디자인뿐만 아니라 IT 서비스 디자인에도 관여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지난 2003년 삼성전자에서 TV를 디자인하면서 서울로 발령을 받았을 때 처음 한국 기업과 첫 인연을 맺은 후 통신사인 KT와도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매튜 커크렐은 “KT가 생산하는 56개의 제품에 일괄적인 이미지와 아이덴티티를 부여하는 것은 굉장한 일이었다. 현존하는 디자인과 시각적으로 잘 어울리면서도 지속가능성을 위해 재활용이 가능한 디자인을 만들어냈다”며 “한국 시장은 변화 속도가 빠르고, 유행이 시시때때로 바뀌는 특성이 있어 시장을 선점하고 유지한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만큼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앞으로는 ‘Circular models’(순환 모델)의 도입을 통해 제품의 소유권에 대한 개념이 달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디자인 초기 단계부터 제품의 재활용이 끊임없이 가능하도록 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제품의 환불, 교체, 재판매 등이 순환을 이룰 수 있다면 구하기 어렵거나 비싼 원자재를 낭비 하지 않아도 되는 등 상업적으로도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것이 IT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대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 예로는 ‘Fairphone’(페어폰)을 제시했다.

그는 “페어폰은 스마트폰은 공정거래, 제품 사용 기간, 근로자들의 복지와 시스템을 효과적으로 도입했다”면서 “IT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에 관심을 갖고 제품이나 서비스는 물론 생산과 유통 공정까지 능동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