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국가기술자격 통계연보
50대 이상 자격증 취득 86% 증가
남성 1·2위는 지게차·굴착기 운전기능사
이론·실습 교육으로 시험없이 취득
인기 힘입어 국내 시장도 훈풍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근무하다 수년 전 명예퇴직한 인천 거주 50대 A씨. 그는 퇴직 후 지게차 면허증을 취득해 인천 송도 신항에서 관련 일을 하고 있다. 그는 “여러 사업도 해보았으나 실패도 많이 했다”며 “마땅한 일을 찾아보다 주변의 권유로 지게차 면허증을 따서 다시 직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경기도 양주에 거주하는 은퇴 5년 차 60대 B씨는 지난해 10월 3t 미만 지게차 면허를 취득했다. 소방 안전관리자, 위험물 안전관리자, 전기 기능사 자격증 등을 내리 땄지만 쉽사리 재취업이 되지 않던 차에 지방자치단체에서 모집하는 소형 지게차 면허 취득과정에 도전해 성공했다.
충남 아산에서 양식장을 운영 중인 40대 C씨도 지난 5월 3t 미만 소형굴착기 조종교육을 이수하고 면허를 취득했다. 굴착기 하루 작업비가 50만원 상당으로 매번 이용하기 부담스럽고 지역 농기계 임대사업소에서 직접 대여하려면 소형조종기계 면허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농사에서 장비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다”며 “특히 돌밭은 장비 없이는 너무 힘들어 굴착기가 가장 절실했다”고 말했다.
배우 성훈도 지게차와 굴착기 조종 면허를 취득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성훈은 한 방송에서 수영 선수를 하다 부상 등의 이유로 배우의 길로 들어선 삶을 회상하며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라고 밝히는 등 자신의 미래에 대비해 자격증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은퇴 후 재취업을 준비하거나 귀농한 중장년층 사이에서도 소형 건설기계 면허 취득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은퇴 후 걱정?” 50대男 최고 인기 자격증은 ‘지게차 운전’
40·50대 이상 중장년층에서 새로운 일을 하기 위해 자격을 취득하려는 수요가 커졌다. 이중 다수의 남성들이 가장 많이 도전하는 자격증은 지게차와 굴착기 등 조종 면허다.
최근 5년 간 자격증 취득 증가세가 가장 큰 연령대는 ‘50대 이상’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에서 지난해 발간한 ‘2021년 국가기술자격 통계 연보’를 보면 50대 이상 국가기술자격 취득자가 지난 2016년 5만243명에서 지난 2020년 9만3488명으로 86.1%증가했다. 고용노동부는 퇴직 이후 삶을 준비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진 영향으로 분석했다.
50대 남성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자격증은 건설기계 조종 면허였다. 지난 2020년 50대 이상 남성이 가장 많이 취득한 국가기술자격은 ‘지게차운전기능사’로 1만616명이 취득했다. 2위도 건설기계 조종 면허 중 하나인 ‘굴착기운전기능사’로 6205명이 취득했다. 그 외에 방수기능사, 전기기능사, 거푸집기능사 등이 뒤를 이었다.
은퇴 후 귀농 및 재취업 등을 준비하는 중장년층 사이에서 소형 건설기계 자격증이 인기를 끌면서 관련 면허 수가 2~3배 증가했다.
지난해 건설기계 조종사 면허(국토교통부 건설기계 현황 통계·6월 말 기준)는 164만5167개로 지난 2011년 78만9839개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3t 미만 소형 건설기계의 면허는 10년 새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3t 미만 굴착기의 경우 취득 면허수가 지난 2011년에는 4만1789개에서 지난해(6월 말 기준) 14만2115개로 3배 이상 증가했다. 3t 미만 지게차 역시 2011년 17만9419개에서 지난해(6월 말 기준) 48만3710개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건설기계관리법 개정으로 면허 취득 길이 더 넓어졌기 때문이다. 3t 미만 굴착기를 비롯해 지게차, 로더, 5t 미만 불도저, 천공기 등은 국토교통부에서 지정한 전문 교육기관에서 이론과 실습 시간을 채워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시험 없이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10년에 한번 정기적성검사, 3년에 한번 안전교육을 이수하면 면허가 유지된다.
소형 건설기계들은 이론교육과정이 동일해 한 기종 면허를 취득하고 이론교육을 이수하면 다른 기종에 대한 이론 교육은 면제받을 수 있다.
김영성 전남건설기계운전학원 원장은 “은퇴하면서 제 2의 삶을 사려고 준비하는 분 중에 농업용으로 굴착기나 지게차를 활용하려는 분들이 많다”며 “나이대에 상관없이 이틀 정도 꼬박 연습하면 금방 운전에 적응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굴착기 자격증 열풍에…건설기계 시장도 방긋
이 같은 수요에 힘입어 국내 건설기계 장비 시장도 덩달아 호황을 맞고 있다. 한국건설기계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11월 누계) 국내 건설기계 판매량은 3만224대로 전년 대비 28.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위축됐던 지방 대규모 공사들이 재개되면서 지난해 굴착기가 6개월 연속 월 1000대 이상 판매되기도 했다.
국내 판매가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건설기계는 굴착기다. 지난해 11월까지 총 1만483대가 판매돼 전년도 같은 기간 대비 27.1% 증가했다. 판매 실적에서는 38t 이상 대형 굴착기가 전년 동기 대비 64.2% 증가했다. 4t 미만 소형 굴착기는 418대가 팔려 2020년(344대) 보다 21.5% 늘었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6200억원의 매출(잠정치)을 올리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판매량 또한 5500여대로 예상돼 24년 만에 최대다. 이는 지난 1997년 대우중공업 당시 거둔 4800억원을 뛰어넘는 실적이다.
현대건설기계 역시 지난 2017년 이후 최대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기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건설장비 총 3000여대를 판매해 약 2900억원의 매출(잠정치)을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서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35.0%, 125.9%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