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삼성·LG 디스플레이 화질, 세탁기 등 공방
누리꾼들 눈살 찌푸린 반응 “제발 협심해라”
CES 2022 OLED 패널 공급 두고 “환영·가능성 언급”
“국내 업체끼리 협업하고 상생하는 모습 좋다” 반응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한국의 특징. 우리끼리 죽이기.” / “경쟁사 비판은 국민의 민심을 돌아서게 할수 있으니 좀 더 신중했으면 합니다. 경기가 어려운데 우리 기업끼리 피터지게 싸우지 말고 협심했으면 합니다.”
2019년 9월 중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 디스플레이와 화질 공방으로 서로 비방전을 벌이고 있을 때, 이에 눈살을 찌푸린 일부 누리꾼들은 관련 언론 기사들에 ‘과도한 흠집내기’를 비판하는 댓글을 여럿 달았다. 서로 잘났다고 싸워봤자 다 같은 국내 기업이고 안 그래도 먹고 살기 팍팍한데 무엇을 위해 서로 물고 뜯냐며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 나왔다.
수년간 삼성은 LG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대해 ‘번인’(burn-in·화면 잔상) 문제를 파고들었고, 이에 맞서 LG는 삼성의 QLED TV가 “자발광 TV인 양 행세한다”고 평가절하했다. 2년 전인 ‘CES 2020’ 당시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 사장이었던 한종희 부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OLED는 영원히 안 한다”는 말로 자사의 TV 전략을 강조했고, 2019년 9월 독일 IFA에선 LG전자 박형세 부사장이 삼성의 QLED 8K TV에 대해 “진짜 8K가 아니다”고 선공해 한동안 양측간 8K 공방이 벌어졌다. 일제히 상대 회사를 깎아내리는 언론 행사를 열 정도였다.
‘세탁기 전쟁’도 유명한 사건이다. IFA 2014 당시 조성진 LG전자 사장이 베를린의 한 가전제품 매장에서 삼성 세탁기를 파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후 장기간의 법적 공방으로까지 번졌다.
이렇게 앙숙이었던 두 기업이 최근 열린 CES 2022에서 ‘극적 화해’ 분위기를 선보이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가 올해 OLED 기반 QD(퀀텀닷·양자점) 디스플레이 TV를 출시할 예정이다. LG가 주도하는 OLED 시장에 재진입하는 셈이다.
옛날 분위기에선 ‘삼성이 잘할지 모르겠다’는 식의 반응이 나왔겠지만, LG전자는 지난 4일 “굉장히 환영할 만한 일”이라는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환영 발언의 당사자는 IFA 2019에서 삼성을 저격했던 박형세 본부장(부사장)이다. 한종희 부회장 역시 5일(현지시간) CES 간담회에서 “LG로부터 OLED 패널을 구매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며 과거 발언과 비교할 때 전향적인 입장을 내놨다.
누리꾼들은 신선한 감동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국내 업체들끼리 협업하고 모자란 부분 상생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중국 것 쓰는 모습을 보이기보다 이런 협력을 원한다”, “삼성과 LG가 이제 상생적으로 애국적으로 사업하는구나”, “두 회사가 합병해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