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오름폭 다시 커져’
한국부동산원, ‘상승폭 축소 계속’
전세시장도 양 기관 완전히 엇갈려
‘거래 침체’, ‘매수세 감소’는 공통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24일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이달 세 번째주(20일 기준) 주간 아파트값 흐름을 보면 흥미로운 점이 눈에 띈다. 서울 아파트값이 0.08% 올라 전주(0.07%)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이로써 지난 10월 네 번째주(0.25%) 이후 7주간 이어진 집값 상승폭 축소 흐름은 끊겼다.
그런데 같은 기간 한국부동산원이 내놓은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0.7%로 전주(0.10%) 보다 상승폭이 줄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9월 둘째주(0.40%) 이후 14주 연속 오름폭이 작아졌다.
KB국민은행 집값 통계로는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다시 가팔라지고 있다. 고가 주택 밀집지역인 용산구(0.25%), 서초구(0.24%), 강남구(0.21%) 등은 오름폭이 대폭 확대됐다. 지난주 0% 변동률을 기록하면서 ‘보합’을 기록했던 성북구(0.08%), 동대문구(0.06%), 도봉구(0.03%) 등은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광진구는 전주 0.03% 오르더니 이번주 0.09% 뛰었고, 전주 0.05% 올랐던 노원구는 이번 주는 0.09%나 상승했다.
그런데 부동산원 집값 통계 분위기는 이와 많이 다르다. 용산(0.14%→0.08%), 서초(0.14%→0.12%), 강남구(0.12%→0.09%) 등 고가 주택 밀집지역도 상승폭이 줄었다. 성북(0.05%→0.02%), 도봉(0.03%→0.03%), 강북(0.01%→0.02%) 등 상승폭이 많이 축소됐던 지역은 이번 주도 여전히 보합 수준으로 미미한 변동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0.05% 올랐던 은평구는 이번 주 –0.03% 변동률을 기록하며, 2020년 5월 첫째주 이후 86주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두 기관간 차이는 전세시장 통계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이번주 0.11% 올라 전주(0.07%) 보다 상승폭이 다시 커졌다. 11월 첫째주(0.22%) 최고점을 찍은 이후, 6주간 계속되던 전세가격 상승폭 축소 현상이 사라지고, 오름폭이 다시 확대된 것이다. 영등포구(00.38%), 용산구(0.32%), 중랑구(0.25%), 강서(0.22%), 금천(0.21%) 등 아파트 전셋값이 폭등한 곳도 나타났다.
반면, 부동산원 아파트 전셋값 기준으론 서울이 같은 기간 0.08%에서 0.06%로 상승폭이 더 줄었다. KB국민은행 기준 폭등한 영등포(0.11%→0.09%)나 용산(0.08%→0.04%) 등도 상승세가 미미해 졌다. 강북(-0.02%)처럼 전셋값이 떨어졌거나, 금천(0%)처럼 보합을 기록한 곳도 나타났다.
KB국민은행과 부동산원 중 어느 기관이 보여주는 서울 아파트 시장 흐름이 정확한 걸까.
일단 거래량은 압도적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매매거래지수는 1.6으로 전주(2.2) 보다 더 떨어졌다. 이 지수는 0~200 범위에서 중개업소에게 ‘활발함’, ‘한산함’을 표시하게 해 작성한다. 100 밑으로 떨어지면 ‘한산함’이라고 답한 사람이 ‘활발함’이라고 표시한 사람보다 많아졌다는 이야기다. 이번주 이 지수가 1.6이라는 건 ‘한산함’이라고 답한 사람 비율이 98.4%나 된다는 뜻이다.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두 기관 모두 ‘매도자’, ‘매수자’ 동향을 물어 작성하는 매매 수요공급 관련 지수가 100 밑이다. KB국민은행 서울 ‘매수우위지수’는 50으로 전주(51.8) 보다 더 떨어졌고, 한국부동산원 기준 ‘매매수급지수’도 전주 95.2에서 이번 주 93.9로 내려갔다.
종합하면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일단 집을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많은 건 두 기관 공통된 조사 결과다. 그런데 거래는 되지 않는다. 매수자와 매도자 사이의 ‘눈치보기’ 장세라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KB국민은행과 부동산원은 시장을 각각 달리 보여준다. KB국민은행은 집주인이 매물 가격을 낮추지 않고 오히려 올리는 사례가 더 많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부동산원은 호가를 낮춘 매물이 더 늘어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어느 상황이 현실과 더 가까울까. 양 기관의 통계가 엇갈려 혼란을 준지는 벌써 오래됐다. 경험상 한쪽만 일방적으로 옳다고 봐선 흐름을 제대로 읽을 수 없는 건 확실하다.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최근 상황은 거래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별, 매물별 차이가 크다고 설명한다. 집을 사려는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자신이 사고 싶은 지역 중개업소를 직접 돌아다니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