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등 단기 물량에 집중
사실상 비아파트의 아파트화
주거환경 악화·난개발 우려도
“아파트 수요 대체하기엔 한계”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정부가 단기간 도심 공급을 늘릴 방안으로 빌라 등 연립주택과 도시형생활주택·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공급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정부는 그간 3기 신도시, 2·4 대책 관련 사업 등으로 아파트 공급 확대에 나섰지만, 공급 시차로 당장의 수요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자 이 같은 카드를 던졌다.
전문가 사이에선 아파트보다 빠른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궁극적으로 아파트 수요를 억제하기에는 역부족인 데다 난개발 우려와 함께 투기규제 방안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최근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정부가 연말께 발표할 전세대책에 빌라 또는 도시형생활주택·오피스텔 등 비주택 공급 확대에 대한 내용이 담길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대규모 아파트를 짓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면서 “도심 내 자투리땅을 이용하는 사전매입약정을 통해 수요를 보장할 수 있고, 빌라 등 연립주택의 경우 작은 규모로 시작하면 건축 기간이 얼마 안 걸린다”고 했다. 이어 “도시형생활주택·오피스텔 등 비주택 규제를 풀면 조기에 공급 가능하다는 (민간업계의) 얘기도 있다”면서 “작지만 효과가 단기간에 나올 수 있는 대책을 시작했고, 여기에 속도를 내볼까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9월에도 민간업계의 건의사항을 받아들여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 규제 완화 등으로 단기간 도심 공급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당시 원룸형 도시형생활주택의 가구별 주거전용 면적(50→60㎡)을 넓히고 공간구성 제한(거실과 분리된 침실 1개→3개)도 완화했다. 주거용 오피스텔은 바닥난방을 허용하는 전용면적 상한을 85㎡에서 120㎡로 확대했다. 신혼부부나 유자녀 가구 등도 거주할 수 있도록 비아파트의 아파트화를 꾀한 것이다.
빌라나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 등은 소규모 사업지를 활용해 단기간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의 사업 여건이 개선되면 그만큼 공급도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향후 전용 60~85㎡ 이상 공급이 늘어나면서 아파트의 대체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순히 물량을 늘리는 것 외에도 주거환경 악화나 난개발 등 고려해야 할 측면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기반시설과 상관없이 비아파트를 잘게 쪼개 넣겠다는 것인데, 이게 지속 가능한 적정 주택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면서 “결국 수요는 이 같은 대안 주택을 거쳐 아파트로 향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차장 설치 규정 등 건축기준이 완화된 도시형생활주택이 주거지역에 늘어나면 쾌적한 정주 여건 형성과는 거리가 멀어질 수 있다”면서 “난개발 등 부작용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후지역에 새 빌라나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이 들어서면 추후 재개발 추진이 어려워지고 도시 슬럼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일정한 지역에만 공급될 수 있도록 관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투기적 가수요가 더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은 청약통장 없이 분양받을 수 있고, 당첨 이후에도 전매제한(오피스텔 100실 미만)이나 실거주 규제가 없다. 분양과 동시에 매매가 가능한 상품에는 지금도 투자 수요가 대거 몰리는 상황이다. 분양가 규제도 없어 고가의 도시형생활주택, 오피스텔이 분양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는데, 이 경우 실수요자 공급 효과도 떨어진다.
함 랩장은 “아파트에 집중된 규제를 회피할 목적의 풍선효과 부작용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속적인 정책 모니터링도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