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분할상환 유도시 반강제 따라야할수도
만기 짧은 전세대출, 2억원 빌리면 매달 140만원 부담
“전세제도 종말 후엔 월셋값 폭등 기다릴 것” 각종 예측 나와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이렇게 되면 전세와 월세가 다를게 뭐가 있나요. 돌려받는 돈이라고 치더라도 한 달에 나가는 돈이 100만원이 넘을텐데요.”(서울 거주 무주택 20대 A씨)
1일 부동산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내년 1월부터 전세대출과 신용대출도 분할상환 관행 확대 대상이 된다. 전세대출을 받고 원금의 일부를 매달 분할상환할 경우 대출 한도를 늘려주고 금리를 깎아주는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구상이다.
분할상환은 대출을 받는 차주가 선택할 수 있는 사안이지만 대다수의 은행들이 분할상환을 유도할 경우 반강제로 따르게 될 수도 있다. 금융위가 전세대출 분할 상환 비중이 높은 금융사에 정책모기지를 우선 배정하겠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에 제도 시행 전부터 시장에선 경계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서울 다세대주택에서 거주중인 20대 A씨는 내년 전세 만기가 걱정이라고 말한다. A씨는 “전세보증금 2억5000만원인 집이고 이 중 2억원을 은행에서 대출받았다”면서 “내년 5월 계약갱신을 노리고 있는 중인데 대출 연장 시에 원금 분할상환을 요구받을까봐 걱정된다”고 밝혔다.
예컨대 대출원금 2억원의 10%인 2000만원을 2년 만기로 매달 나누어 상환할 경우 약 83만원이 나가게 된다. 이미 60만원대의 대출이자를 내고 있던 A씨로서는 주거비로 나가는 돈이 월 140만여원으로 치솟게 되는 셈이다. 물론 원금은 갚는만큼 퇴거시에 돌려받게 되지만 A씨와 같이 벌이가 한정된 사회초년생에게는 매달 가처분소득이 크게 감소하는 결과를 일으키는 셈이다.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갑론을박이 뜨겁다. 이같은 전세대출 관리방안이 결국은 전세 종말을 부르고 월세화를 앞당길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는 중이다.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매월 원금 분할납부가 가능한 고소득자를 제외하고는 월세를 찾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아파트 5억~6억원대 전세대출을 받았다고 하면 매달 300~400만원으로 계산되는데 이는 맞벌이를 한다고 해도 부부 중 한 사람 월급이 고스란히 나가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또다른 이용자도 “아무런 메리트가 없어진 전세제도는 월세와 비교해 차이가 없어지고, 그러다보면 결국 월세만 남을 것”이라면서 “더 큰 문제는 그동안 전세제도라는 라이벌 때문에 가격이 눌려있던 월세가 폭등할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실수요자를 보호한다며 임대차법을 강행한 것과 상충되는 움직임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본인을 무주택 가장이라고 밝힌 이용자는 “계약갱신해서 딱 2년만 살고 나오면 전셋값은 더 올라있고 대출도 안나오는 정글에 떨어지는 것과 같다”면서 “시한부 주거안정도 주거안정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올해 전세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상에서 일단은 빠졌지만, 내년부터는 총량규제에 다시 포함될 예정이다. 또, 만일 가계 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으면 전세대출도 DSR 40% 산정에 포함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