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중국판 넷플릭스도 투자했다는데… ‘지리산’ 뭇매 맞는 이유?”
하반기 기대작이었던 드라마 ‘지리산’이 예상치 못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어색한 CG(컴퓨터 그래픽)와 몰입을 해치는 간접 광고(PPL)로 혹평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 ‘지리산’은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리는 ‘아이치이(iQIYI)’로부터 20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투자받았다. 국내에서는 CJ ENM의 티빙과 tvN, 해외에서는 아이치이로 공급되며 ‘넷플릭스에서 볼 수 없는 콘텐츠’로 부각되기도 했다.
‘지리산 효과’를 기대했던 토종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티빙’도 비상이 걸렸다. 연내 230만 가입자 확보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앞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스위트홈’ ‘오징어 게임’ 등이 수준 높은 CG와 파격적인 스토리로 높은 성적을 기록한 것과 대조된다.
1일 데이터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리산’ 첫 방송 이후 일주일(10월 23~29일) 동안 ‘티빙’ 앱 신규 설치기기 대수는 6만2000여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안드로이드OS 기준). 넷플릭스의 경우 ‘오징어 게임’ 공개 이후 일주일간(9월 17~23일) 28만8000여대의 신규 설치기기를 확보했다.
‘지리산’에는 300억원이 넘는 제작비가 들어갔다. 중국 OTT 아이치이가 ‘지리산’의 해외 판권을 일찌감치 사들여, 제작비의 80%가량을 보전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OTT의 콘텐츠 확보경쟁에 높은 몸값을 인정받으며 ‘웰메이드 콘텐츠’ 탄생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넷플릭스 성공신화를 이끌었던 제작진도 대거 참여했다. 김은희 작가와 제작사 에이스토리는 넷플릭스 ‘킹덤’을, 이응복 감독은 넷플릭스 ‘스위트홈’을 제작한 바 있다.
하지만 첫 방송 직후부터 어색한 CG와 과도한 PPL로 뭇매를 맞았다. 지리산 등반 과정, 태풍으로 불어난 계곡물, 쏟아지는 암석 등 공간적 배경 표현이 어설펐다. 특정 아웃도어 브랜드 의상과 지리산과 한참 떨어진 프랜차이즈 샌드위치의 음식이 등장하는 등 PPL도 지나쳤다는 비판이다. 누리꾼은 “넷플릭스 성공 주역들도 방송사로 오니 별수 없네” “뜬금없는 PPL 때문에 몰입이 확 깨졌다”고 혹평했다.
올해 들어 토종 OTT가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에 맞서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외쳤던 만큼 아쉬움의 목소리가 크다. CJ ENM은 2025년까지 콘텐츠 제작에 총 5조원을 투자해 티빙을 국내 1위 OTT 플랫폼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에만 2023년까지 4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넷플릭스의 ‘킹덤’ ‘스위트홈’ 등이 수준 높은 CG로 호평을 받았던 것과 비교된다. 시청자들이 넷플릭스를 통해 ‘PPL 없는 콘텐츠’에 익숙했다는 점도 불편함을 키웠다.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사가 간접 광고 등을 통해 제작비를 충당할 필요 없게 제작비 모두를 지원한다.
tvN과 동시에 방영돼 OTT 가입 유도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해도 부진한 성적이다. 지난 8월 엠넷과 티빙에서 동시 제공된 예능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일주일 성적(9만 3000여대)보다도 못하다. 설상가상으로 10월 22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술꾼 도시 여자들’ 역시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하고 있다.
‘지리산’의 부진으로 ‘연내 230만 유료 가입자 확보’라는 티빙의 목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티빙 유료 가입자 수는 지난해 말 70만명에서 3분기 180만명으로, 2.5배가량 증가했다. 3월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과의 연계가 유효했다는 평가다. 연말까지 50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독점 콘텐츠의 성공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