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수도권 주거시설 경매 결과
경기 오피스텔 낙찰가율 95.6%
수도권 빌라 인기도 역대급 상승세
“규제 피해 비아파트로 수요 몰려”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수도권 경매시장에서 아파트 외 주거시설 인기가 뜨겁다. 아파트 전세와 매매 가격이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오피스텔이나 빌라(연립·다세대)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1일 법원 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10월 경기도 오피스텔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95.6%로, 전월(77.7%)보다 17.9%포인트나 급등했다. 2007년 6월(101.5%) 이후 14년4개월래 가장 높은 것이다.
서울과 인천 오피스텔 낙찰가율도 98.5%, 87.1%를 각각 기록해 전월보다는 소폭 낮아졌지만 역대 최고 수준의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오피스텔 낙찰가율은 70% 전후 수준을 기록했다. 2020년 한해 서울과 경기의 월평균 낙찰가율은 76.81%, 66.98%였다. 아파트 등 다른 주거시설에 비해 환금성이 떨어지고 시세 상승폭이 크지 않아 보수적으로 입찰가를 써내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도권 아파트값이 급등한 올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6월 84.89%, 7월 77%, 8월 80.1%, 9월 77.7% 등 80% 전후를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특히 아파트 대체 주거시설 역할을 하는 중대형 오피스텔 인기가 높다. 예를 들어 지난달 경매가 진행된 경기도 오피스텔 중 가장 높은 낙찰가율(157.48%)을 기록한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에듀하임 63㎡는 방3개와 화장실 2개를 갖췄다. 감정가 3억6900만원인데 43명이나 몰려 5억8111만원에 낙찰됐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최근 매매시장에서 아파트 매물이 부족해 지자 대체수단이 될 수 있는 중대형 오피스텔 거래량이 2006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늘어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아파트 규제에 대한 풍선효과로 경매시장에서도 오피스텔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파트를 제외한 주거시설 중 빌라 인기도 식을 줄 모른다. 10월 경기도와 인천 빌라 낙찰가율은 83.5%, 87.9%를 각각 기록했다. 경기도는 2017년 7월(83.8%), 인천은 2010년 4월(89.5%) 이후 가장 높은 월평균 낙찰가율이다.
서울 빌라 낙찰가율은 93.4%로, 9월(97.9%)보다 조금 내려갔지만 여전히 역대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
빌라도 낙찰가율이 높은 물건은 대부분 방 2개 이상을 갖춰 아파트를 대체할 만한 주택이다.
지난달 27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경매로 팔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 ‘성저마을’ 60㎡가 대표적이다. 방 3개를 갖췄고 지하철 3호선 대화역을 도보로 다닐 수 있는 주거시설로 큰 인기를 끌었다. 감정가가 2억4400만원인 이 연립주택 경매엔 6명이 응찰해 4억180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171%나 됐다.
빌라는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일수록 인기를 끈다. 장기적으로 투자하면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고, 직접적인 개발 대상지라면 나중에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지난달 13일 서울북부법원에서 경매를 진행한 강북구 번동 47㎡ 청운빌라에 응찰자가 몰린 게 개발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평가받는다. 감정가 1억3000만원인 이 다세대주택은 21명이 응찰해 2억340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무려 180%나 됐다. 번동은 2025년 개통하는 동북경천철 사업, GTX-C 개발사업 등 수도권 전철 확장사업과 가로주택정비구역 사업 등 호재가 많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최근 빌라나 오피스텔이 인기를 끌긴 하지만 아파트에 비해 시세정보가 정확하지 않아 적정 입찰가를 정하기 쉽지 않고 수요가 아파트만큼 많지 않아 시황에 따라 원할 때 팔기 어려울 수 있다”며 “경매로 빌라나 오피스텔을 구하려 한다면 전문가 상담, 현장 방문 등 물건 분석을 더 철저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