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마켓 만든 美 건축 디자이너 제프 반더버그

“낡은 것 안에 이미 새로운 것이 담겨 있고, 그 모습은 우리의 삶과 같다.”

헤럴드디자인포럼2014에 연사로 나서는 미국의 건축가 제프 반더버그<사진>의 말이다. 그가 책임 디자이너로 관여한 미국 뉴욕의 첼시마켓(Chelsea Market)엔 이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19세기 말 지어진 뒤 비스킷 제조공장으로 쓰이다 버려진 이 낡은 건물은 반더버그의 손으로 거듭났다. 그는 18개의 공간으로 쪼개져 있던 공장 내부를 잇기 위해 공장 안팎에 도로를 놓고 공장 주변에 흩어져 물건을 팔던 상인들을 끌여 들였다. 자연스럽게 아케이드 형태의 시장이 만들어졌다. 이제 이 작품은 공공디자인의 모범이 됐다.

첼시마켓 만든 美 건축 디자이너 제프 반더버그 ...“낡은 것 안엔 이미 새로운 것이 담겨있다”

반더버그는 대부분의 것들을 그대로 뒀다. 붉은 벽돌, 천장과 벽을 뒤덮은 파이프까지 그대로다. 개발자, 설계자, 엔지니어, 인부들이 소통하면서 각 부분의 설계와 공사는 충동적으로 결정되고 진행됐다. 그는 이것을 두고 “마치 재즈 음악과도 같았다”고 표현했다. 포럼에 앞서 제프 반더버그와 이메일로 먼저 이야기를 나눴다.

▶어떤 계기로 건축 디자이너가 됐나.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것과 건축 장난감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건축을 공부하게 됐다.

▶건축가가 된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음을 느끼는 순간은.

-미국에서 건축가로 일한다는 건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건축가는 무엇보다 자긍심을 부여하는 직업이다. 주변 사람들이 내 작품에 무의식적으로 반응을 보이거나 피드백을 줄 때 큰 감명을 받는다.

▶첼시마켓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의 어려웠던 점은.

-재정이 부족했다. 그래서 새 재료를 쓰지 못하고 예전 것을 재활용해야 했다. 화강암 채석하는 곳에서 무료로 얻은 재료에다 벽돌 조각과 저렴한 콘크리트 등을 합쳐 작업했다. 빌딩을 지으면서 추가된 부분이나 빠진 부분은 모두 인정되고 수용됐다. 철거된 부분을 일부러 남겨두었고, 통유리를 많이 사용해 음식이 제조되는 과정을 볼 수 있게 했다.

▶ “낡은 것 안에 이미 새로운 것이 담겨 있고, 그 모습은 우리의 삶과 같다”라는 말의 정확한 의미는.

-낡은 것들은 새로운 가치를 재조명한다. 초현실주의자였던 막스 에른스트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먼저 뒤로 물러서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것에는 늘 오래된 것이 들어있다는 뜻이다.

▶한국에 머물면서 꼭 해보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은.

-오래된 것들이 가장 사람들의 마음과 의중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동대문, 남대문이나 성곽, 서울에 있는 궁궐들, 경주에 있는 신라시대의 유물에 관심이 많다.

박준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