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magine! 디자인으로 삶을 재설계한다 강연자 인터뷰-올리비에 데스켄스

디자이너는 예술 갈고 닦고… ‘창의적인 비전 갖고 있어야

‘반복 벗어나야 디자인 영감 ‘삶 그 자체에 스며들었으면…

오똑한 콧날에 긴 머리, 사슴같은 눈망울에선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 떨어질 것만 같다. 여성처럼 갸날픈 외모를 가진 이 남자는 벨기에 출신의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올리비에 데스켄스(37세)다.

로샤스(Rochas), 니나리치(Ninaricci)를 거쳐 띠어리(Theory)의 캡슐 컬렉션(Capsule collectionㆍ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위해 제품 종류를 줄여 발표하는 컬렉션)인 데스켄스 띠어리(Theyskens’ Theory)를 성공적으로 론칭했던 데스켄스는 시크한 블랙 수트부터 로맨틱한 이브닝 드레스까지 도시의 ‘쿨한’ 여성들이 옷장을 가득 채우고 싶은 패션 아이템들을 디자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무채색 계열에 중성적인 테일러링, 우아한 실루엣, 절제된 디테일 등 그의 디자인에는 ‘다크 로맨스(Dark Romance)’ 감성이 넘쳐 흐른다.

[디자인포럼] “디자인은 사람 마음 움직이는 것…대중 갈망하게 만들어야”

1990년대 말 20대의 나이에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 ‘올리비에 데스켄스’가 호평을 받으면서 유수의 브랜드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그는 2002년 프랑스 파리의 패션하우스 로샤스에 입성, 이듬해 3월 첫번째 컬렉션을 발표했다.

프렌치 감성의 우아한 그의 드레스들은 이후 충성스러운 ‘데스켄스 추종자’들을 만들었으며, 유명 인사들은 앞다퉈 로샤스의 드레스를 입고 카메라 앞에 나섰다. 그러나 한 벌에 2만달러(약 2000만원)가 넘는 고가의 드레스들은 소수 부유층을 제외하고는 일반사람들이 입기 힘든 의상들이었다. 그의 미학적인 디자인은 패션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지만 실제 판매 실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고, 결국 로샤스는 패션 사업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2006년 니나리치에서 새 둥지를 튼 데스켄스는 로샤스에서 선보였던 쿠튀르 풍의 드레스와는 다른 좀 더 캐주얼한 의상들을 선보이게 된다. 그리고 2010년 띠어리의 캡슐 컬렉션을 발표하면서 예술성과 동시에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디자이너로 자리매김한다.

2014 F/W 컬렉션을 마지막으로 다시 ‘짐’을 싸고 띠어리를 떠난 데스켄스는 지금 자신의 꿈을 펼칠 또 다른 무대를 모색중이다.

잘생긴 외모에 예술적인 디자인으로 여심을 뒤흔드는 30대 디자이너 데스켄스. 그가 오는 26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디자인 스펙트럼, 그 무한의 영역’을 주제로 개막하는 ‘2014 헤럴드디자인포럼’에 연사로 초청됐다. 데스켄스는 개막 당일 펼쳐지는 ‘디자인 스펙트럼’ 오후 세션에 연사로 나서 ‘패션, 감성과 예술의 디자인’을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이다.

강연에 앞서 서면으로 먼저 그를 만나봤다.

▶’컨템포러리 패션의 이단아’라는 별명을 어떻게 생각하나

-일반적이 돼 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무서운 일이다. 패션 디자이너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발전시켜야 한다. 디자이너로서 나의 역할은 예술을 갈고 닦아 좀 더 새롭고 창의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대중이 이를 갈망하게 만드는 것이다.

▶무엇이 당신을 패션 디자이너의 길로 이끌었나

-1980년대 중반 학창시절 누군가가 나에게 “너는 옷을 만들어서 먹고 살 수 있겠다”는 말을 했다. 이후 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돌아가 다른 아이들이 소방수나 우주비행사가 되겠다고 할 때 나는 나의 장래희망을 꾸뛰리에라고 말했다. 패션 디자이너가 되어 옷을 그리고, 만들고, 가지고 노는 일에 내 인생의 대부분을 바쳤다.

▶당신의 패션 철학은 무엇인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나의 패션 철학이다. 아름다움을 향한 여정의 매 순간 기술적인 완벽함을 추구하면서도 비전의 일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패션 디자이너로서 당신에게 상업적인 성공은 얼만큼 중요한가.

-나는 상업적인 가치 또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상업적인 성공이라는 것은 브랜드가 확장할 수 있는 저력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디자이너로서의 나의 정체성이 시장으로부터 존경받고 보호받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로샤스에서 보여줬던 컬렉션은 상업적인 성공으로는 이어지지 못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나의 첫번째 컬렉션이다. 내 두 손으로 직접 만들었고 아직까지도 결점을 많이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때는 무모할 정도로 용기가 넘쳤고 극단적으로 밀어부쳤다. 내 옷을 많은 유명인사들이 입었는데, 나의 디자인이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기쁜 일이었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다른 산업분야와 협업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디자이너들은 서로 다른 형태의 디자인을 이해할 수 있고, 이 디자인 분야 간에는 서로를 연결하는 고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비록 아이디어가 충돌하는 한이 있더라도 디자이너들이 ‘집적된 지적 능력’을 나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디자인의 영감을 얻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반복하는 것을 싫어하고 삶 그 자체에 디자인이 스며드는 것을 좋아한다. 이 때문에 일상생활의 모든 것이 나에겐 영감의 원천이다. 음악에서 나오는 에너지, 과거 추억에 대한 회상, 심지어 어떤 특정한 자세에서 나오는 감정까지 그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아주 사소한 것들도 나에겐 매우 중요하다.

김아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