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단순히 스릴을 즐기려는 것이 아니다. 빌딩 등반을 통해 기후 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싶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동쪽 23층짜리 유넥스 타워(Unex Tower). '자유 등반가' 조지 킹-톰슨(21)은 로프 하나 없이 맨몸으로 이 빌딩에 올랐다. 자유 등반가는 로프 등 다른 도구 없이 맨손으로 등반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킹-톰슨은 이날 유넥스 타워 정상을 단 10분 만에 정복했다. 꼭대기까지 2개 층을 남겨두고 전자담배를 피우는 여유를 부리기도 했지만 23층까지 오르는데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킹-톰슨은 "나는 공포에 압도되는 것이 아니라 공포를 제어하고 이를 강점으로 이용하는 법을 잘 알고 있다"며 "이것이 매 등반 때마다 내가 하는 일이며 이번 등반도 성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쉬운 등반이건 어려운 등반이건 죽음의 위험은 경시할 수 없다"며 "나는 어떤 등반이든 동일한 수준의 집중력을 유지한다. 그렇지 않으면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킹-톰슨은 2019년 10월 영국에서 가장 높은 87층 초고층빌딩 '더 샤드'에 올랐다가 체포된 적도 있다. 당시 건물주는 무단 침입 혐의로 그를 고발했고, 킹-톰슨은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 받아 3개월간 복역했다.
하지만 옥살이도 그의 도전을 막지 못했다. 킹-톰슨은 "많은 사람들이 감옥이 얼마나 끔찍한 곳인지 말하지만, 나는 싸움에 뛰어드는 것을 좋아하고 위험을 즐긴다"며 "이 때문에 이상한 의미에서 감옥은 집에 있는 것이었다"고 회고했다.
킹-톰슨이 위험한 도전을 즐기기 시작한 건 10살 때부터였다. 그는 "죽을 수도 있는 등반을 할 때마다 스릴과 냉철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물에 오를 때는 모든 감정, 엔돌핀, 도파민, 세로토닌 등이 동시에 작동해 생존을 최적화한다"며 "자신에 유리한 확률을 높이는 것은 일종의 정신적 위업"이라고 강조했다.
킹-톰슨은 유넥스 타워를 오르기에 앞서 지난 3일에도 런던 스트랫퍼드에 위치한 36층 짜리 '스트라토스피어 타워'에 올랐다.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헬기를 동원해 킹-톰슨을 찾았지만 발견하지 못해 체포는 면했다.
킹-톰슨이 추락과 체포 위험에도 이 같은 도전을 계속하는 이유는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높기 위해서다.
이달 일주일여 간격으로 오른 유넥스 타워와 스트라토스피어 타워는 지난달 말 홍수로 인근 기차역이 침수돼 폐쇄된 지역에 위치해 있다.
킹-톰슨은 "등반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높이고 싶다"며 "정치인들이 내가 빌딩에 오르는 모습을 보고 조속히 행동에 나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상황을 좋아한다"며 "나의 도전이 시민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철저한 사전준비 통해 등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