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이후 맥주 역사 간직한 자테츠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체코인들에게 여름과 가을을 맥주의 계절이다. 맥주를 아는 사람들은 체코식 필스너가 독일 뮌헨식 헬레스와 유럽 투톱이고, 한국 등 아시아인 입맛엔 체코식 필스너가 더 맞는다는 평가다.
‘아시아 비어 챔피언십 2020’에선 한국 대구출신 로컬 브루어리 대도양조장이 체코식 라거를 동양 입맛에 맞게 커스터마이징한 ‘대도 필스너’가 금상을 받은 바 있다.
체코의 맥주맛은 당연히 홉의 건강성에서 나온다. 푸른 들판 위 홉 줄기들이 하늘을 향해 솟아나는 장면은 체코의 대표적 여름풍경 중 하나다. 여름 끝자락에 홉의 품질이 가장 좋을 때 수확해 맛과 향이 탁월한 맥주를 만든다.
체코관광청은 19일 청량감을 매개로 한 한국인들의 감정정화를 돕는 차원에서, 체코 자테츠의 맥주이야기를 공유했다.
프라하 북서쪽 약 80km 떨어진 홉과 맥주의 도시 자테츠(Žatec)엔 14세기 이후 홉을 저장하고 가공하는 대규모 건물들이 많다. 이 지역 홉 재배 전통과 더불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후보에 올라 있다.
‘홉과 맥주의 사원’은 약 42m 높이에서 마을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홉 등대’가 있어 필수 관람코스로 떠오르고 있다. 홉 박물관 전시관에서는 홉 재배와 관한 상식과 개척자들, 소장품 등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사츠(Saaz)홉’, 즉 ‘자테츠키 체르베냐크’라는 현지 명품 홉으로 빚어낸 자테츠 맥주도 맛본다.
맥주의 주원료인 홉은 항산화제, 에센셜 오일, 탄닌 및 알파 산, 베타 산 같은 다양한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에서 홉 특유의 쌉쌀하고 풍부한 맛을 내는 것이 바로 산 성분이다. 양조에는 홉의 암꽃만 사용하고 홉 열매에서 추출한 노란색 가루 루풀린은 맥주를 만들 때 홉의 유용한 성분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지구촌 5대 명품 홉의 생산지로, 전 세계 라거와 필스너 우스켈의 핵심 원료가 되는 사츠(Saaz)홉이 이곳에서 난다.
9월초에는 자테츠 맥주 축제 ‘도체스나’가 열린다.
옛 왕실 도시 자테츠에서 탄생한 전통 축제다. 축제는 늘 9월 초(올해는 9월 4일 진행)열린다. 올해는 안전을 위해 평소보다 규모를 축소해서 진행하며 방문객들을 위해 풍부한 문화 및 음악 프로그램, 신기록 대회나 여러 가지 엔터테인먼트를 준비했다. 50개 이상 양조장이 내놓은 150여 가지의 맥주를 시음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준비됐다.
투어 프로그램 중 크리스탈로 만든 거대한 홉과 연금술 작업장을 둘러보고 기념 스탬프를 남긴 후, 기사의 홀에서 자테츠 주변 역사에 대해서도 자세히 들어보면 좋다. 자테츠에서만 볼 수 있는 홉 천문 시계와 양조장 레스토랑 방문일정까지 투어 프로그램에 포함됐다.
프라하와 올로모우츠의 천문시계가 유명하지만 자테츠의 독특한 홉 천문시계도 꼭 챙겨볼만 하다. 시계 중앙 부분에는 들판에서 자테츠 마을 사람들이 홉을 재배하고 수확하는 모습, 맥주를 맛보는 모습 등을 표현해 놓았다. 특수한 메커니즘과 다이얼을 갖추어 시간과 태양의 위치를 알려주고 황도대 별자리나 행성의 위치, 지옥의 모습도 보여준다. 보헤미아 홉의 수호성인은 성 로렌스(St. Lawrence)의 족적도 곳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