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여성 “17세 때 강요된 성행위…권력·돈 있어도 처벌받아야”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성년자 성범죄 혐의에 연루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가 피해 여성으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앤드루 왕자는 같은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미국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았다.
앤드루 왕자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한 여성은 버지니아 주프레로 앤드루 왕자로부터 17세에 런던과 뉴욕에서 성범죄를 당했다고 주장했으며, 엡스타인 사건의 핵심 증인이기도 했다.
주프레는 뉴욕 맨해튼에 있는 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자신이 성적 목적으로 지난 2000∼2002년 인신매매를 당해 앤드루 왕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고 인터넷 전문매체 악시오스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앤드루 왕자가 길레인 맥스웰의 런던 집에서, 또 엡스타인의 맨해튼 자택에서 각각 자신에게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소장에 기술했다.
주프레는 “엡스타인과 맥스웰, 앤드루 왕자를 만났을 때 강제로 앤드루 왕자와 성행위를 하도록 했다”라며 “그들의 말에 복종하지 않을 경우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에게서 명시적이고, 또 묵시적인 위협을 받았다”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맥스웰은 엡스타인의 측근이자 여자친구로서 미성년 여성을 저명인사에게 제공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주프레는 “엄마이자 아내로서 소송을 제기하면 앤드루 왕자 측으로부터 가족이 위협받을 것을 알고 있다”라며 “그러나 행동하지 않으면 피해자가 더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권력이 있고 부자라고 해도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앤드루 왕자는 2019년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주프레를 만난 기억이 없다”라며 주프레를 팔로 감싸 안은 사진에 대해서는 “조작됐을 수 있다”라고 부인했다.
앤드루 왕자는 또 “엡스타인의 죽음으로 많은 의문점이 그대로 묻혔다”라며 “수사 기관의 요청이 있다면 기꺼이 응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오는 11월 재판을 앞둔 맥스웰 역시 엡스타인과의 공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한편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의 엡스타인은 20여 명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2019년 7월 미국에서 체포돼 기소됐으며, 한 달 뒤 수감 중이던 메트로폴리탄 교도소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