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 열어

“주택 공급 충분, 집값 최고 수준 넘어섰다” 주장

“과도한 기대심리, 실거래가 띄우기” 집값 상승 원인?

[헤럴드경제=박일한·민상식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택 공급은 충분하다”, “막연한 (주택가격) 상승심리를 제어해야 한다”, “집값이 고점에 가까워 졌다”는 등 기존에 정부가 드러냈던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김창룡 경찰청장과 함께 개최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 합동 브리핑 현장에서다. 정부가 그동안 밝혀왔던 입장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집값 고점 논란, 주택 수급 상황 등 논란만 다시 키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맹탕 논란 정부 부동산 합동브리핑’...기존 입장만 되풀이[부동산360]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며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브리핑에는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과 은성수 금융위원장, 김창룡 경찰청장이 함께 참석했다. [연합]

▶변함없는 ‘공급 충분, 수요 감소세’ 주장= 홍 부총리는 늘 그랬든 주택 공급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과거 10년 평균 주택입주물량이 전국 46만9000가구, 서울 7만3000가구인데, 올해 입주물량이 각각 46만가구, 8만3000가구로 평년 수준을 유지해 결코 공급 부족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평균의 착시’라는 비판이 따른다. 집값 하락시기 주택을 많이 공급하지 않았던 2010년대 전반기를 제외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이후 최근 4년간만 따지면 전국에 연평균 54만6000가구가 입주했다. 올해 입주물량과 비교하면 8만가구 이상 작게 공급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집값 폭등의 주범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아파트 공급량은 더 줄어든다. 부동산114가 집계한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약 2만8800가구에 불과하다. 2018년 3만8217가구, 2019년 4만4658가구, 2020년 4만8719가구에서 대폭 감소한 규모다.

주택 수요가 줄고 있다는 것도 논란이 불가피하다. 홍 부총리는 “지난 해 33만가구가 늘어났던 수도권 세대수가 올 1~5월간 작년의 절반인 7만 세대 증가에 그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주택수급 요인만이 현 시장상황을 가져온 주요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세대수 증가는 알려졌듯 주택 수요 증가와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 수도권 세대수 증가를 일으키는 세대는 주로 1~2인 가구다. 이들 세대가 주로 거주하는 주택 유형은 원룸, 오피스텔, 빌라 등 소형 주택이다.

그런데, 집값 폭등이 문제가 된 주택 유형은 주로 3~4인 가구가 거주하는 아파트다. 1~2인 가구 중심의 세대수 증가세가 지난해와 비교해 줄었다고, 문제가 되는 아파트 수요가 줄었다고 보는 건 판단 미스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과도한 기대심리, ‘실거래가 띄우기’가 집값 올렸다?= 홍 부총리는 집값이 오르는 건 막연히 집값이 오를 것이란 지나친 심리요인과 최근 발표한 ‘실거래가 띄우기’ 같은 불법, 편법 거래로 인한 시장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대심리와 투기수요, 불법거래가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상황”이라며 “지속적으로 오를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역시 시장 전문가들에 의해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시장 인식으로 집권 내내 다주택자 규제, 부동산 투기 단속에 적극적이었지만, 집값은 변함없이 급등했다.

지난 3월부터는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를 편성해 최근 주택거래 79만건을 전수 조사했지만, 찾아낸 건 실거래가 띄우기 의심사례 12건을 포함해 69건의 법령 위반 의심 사례에 불과했다. 검찰과 경찰, 국토교통부는 물론 서울시 등 지자체까지 각각 별도 전담팀을 만들어 수개월간 찾아낸 게 고작 이거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정부가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을 일부 편법, 불법 거래로 지목하면서, 주택 수요자들이 시장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올 7월 까지 전국 아파트값은 평균 27.21%, 서울 아파트값은 51.96% 폭등했다. 단지별로 두 배 이상 오른 곳이 수두룩하다. 역대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정부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당연히 실수요자들은 다급해질 수밖에 없다. 들어가고 싶은 아파트 공급 물량을 줄어들고 있는 데, 정부는 양도소득세 강화 등 주택 공급을 계속 감소시키는 정책을 펴고 있다. 전문가 10명 중 9명은 집값이 한동안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정부가 정책 효과를 부각시키려고 집값 고점을 언급하고 곧 떨어질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풍부한 자금 유동성, 주택 공급부족 등으로 집값은 아직 고점이라고 말하기 이르다”며 “3기 신도시 효과가 나타나는 2025년 이후에야 진정시기가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맹탕 논란 정부 부동산 합동브리핑’...기존 입장만 되풀이[부동산360]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밀집지역. [연합]

▶“흔들림없이 속도감 있게 주택공급을 하겠다”?= 합동 브리핑에서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수도권 180만가구, 전국 205만가구 공급 계획을 한치 흔들림 없이 속도감 있게 이행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2.4대책 발표 이후 5개월 만에 ‘전국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은 5차에 걸쳐 총 52곳을 후보지로 지정했고, 이 중 10% 이상의 동의율을 확보해 개발예정지구 지정요건을 갖춘 곳은 31곳이라고 자랑했다.

하지만 이걸 실적으로 자랑할 만하냐는 비판이 나온다. 말 그대로 정부 혼자 알아서 지정해 놓고 몇몇 주민들에게 개발 진행해도 괜찮겠느냐는 의향을 물어본 정도에 그친다는 것이다. 실제 3분의 2 이상 동의율을 확보해 사업 추진을 할 수 잇는 ‘개발지구 지정요건’을 충족한 곳은 8곳에 불과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의혹 여파로 공공 주도 사업 방식에 대한 거부감이 커지면서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는 현장 관계자들이 많다.

정부는 한치 흔들림없이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사업은 많이 지연돼 왔다. 주민 동의가 필요없는 신규 공공택지를 통한 대규모 주택 공급계획도 그렇다.

지난 4월 말 정부는 전국 13만 가구(수도권 11만가구)의 신규택지 입지 발표를 하반기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LH 직원 신도시 투기 의혹 사태가 불거진 이후, 국토부는 경찰 수사 등을 통해 투기 혐의에 대한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신규택지 발표를 연기한다고 했다.

서울 중심지 대규모 주택 공급계획도 흔들리고 있다. 노원구 태릉골프장 부지의 1만가구 공급계획은 지자체와 주민 반발에 따라 축소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용산구 용산철도정비창 1만가구 공급 계획도 서울시 제동 등으로 내년 지구지정 계획이 불투명해졌다.

한 대형건설사 주택담당 임원은 “정부가 적극 추진하겠다고 하는 공공중심 주택 공급이 지연되는 데 대한 객관적인 설명이나 해명없이 그저 신속히 추진하겠다는 말만 반복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러니 정책에 대한 신뢰가 자꾸 떨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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