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난 주말, 일부 지역에서 낮 최고기온이 38도까지 치솟는 등 한반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다. 전국 곳곳의 노후 아파트에서 정전이 발생했고, 더위를 견디지 못해 호텔로 피신하는 가족들도 생겨났다. 수온 상승에 따른 산소량 감소로 물고기 수백마리가 폐사하기도 했다.
특히 24일엔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은 올해 들어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은 낮 최고기온이 36.5도로 올해 들어 가장 더웠다. 동두천 35.7도, 이천 36.0도, 수원 36.3도, 춘천 36.4도, 철원 35.4도, 원주 35.6도, 홍천 36.9도, 인제 36.8도, 청주 35.9도, 서산 35.7도 등이 전국 곳곳이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25일에도 서쪽 내륙 일부 지역에선 낮 최고기온이 38도까지 치솟았다.
올 여름철 더위는 최악의 폭염이 덮쳤던 1994년, 2018년에 버금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전날까지 서울을 기준으로 일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폭염은 7일이나 발생했고, 열대야는 지난 12일 첫 발생 후 7일 관측돼 이미 평년(폭염 8,7일, 열대야 12.5)의 절반을 넘어섰다.
폭염으로 인한 사건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전날에는 경기 성남시에서 친구와 나물 채취를 하던 중 실종된 70대 노인이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그가 실종된 곳은 그늘이 없는 땡볕인데다 관리가 안 된 곳은 풀이 2m 이상 자라 앞이 잘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몸이 약한 어르신이라 무더위에 쓰러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날 낮 성남시 최고 기온은 36.2도로 나타났다. 지난해의 경우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사람은 없었지만, 올해는 벌써 6명이나 숨졌다.
노후화된 아파트 단지의 정전 사태도 이어지고 있다. 전날 0시께에는 경기 화성시의 한 아파트에서 정전이 발생해 5개동 420세대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앞서 지난 22일에도 밤 시간대 의왕시의 한 아파트단지 1개동에 전력 공급이 끊겼고, 수원시의 한 아파트단지에서는 지난 21일부터 이틀 연속 오후 시간에 30분가량씩 정전이 되는 사태를 겪었다. 정전 단지에서는 주민들이 더위를 피하고자 이웃 아파트 단지나 근처 상가, 카페, 호텔 등으로 피신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물고기 수백 마리가 폐사한 상태로 발견되기도 했다. 전날 오전 서울 송파구의 장지천 일대에선 잉어, 붕어 등 물고기 400여마리가 폐사했다. 연이은 폭염으로 하천 수온이 올라가면서 물 속 산소량이 줄어들고, 이 때문에 물고기들이 제대로 호흡을 하지 못한 탓으로 추정된다. 전남 지역에선 지난 23~24일 이틀 동안 닭, 오리, 돼지 등 가축 5000여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고, 충북에서도 지난 25일까지 도내에서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이 1만7000여마리에 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