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집 파는 대신 지키기 택해…증여 3배↑
당장 집값 올랐지만…“자녀세대는 집 어떻게 구하나”
1억 미만 아파트 갭투자 등 자산증식 열기 지속
집 팔려는 사람 < 사려는 사람…집값 고점론 안 먹혀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집을 팔게 되면 양도세로 1억2000만원을 내게 됩니다. 그냥 보유하면서 매년 세금 1000만원씩 더 낸다고해도 10년동안 내고도 남을 돈이네요. 10년 안에 정권이 바뀌든가, 적어도 투기과열지역에서 풀리지 않을까요?”(수도권 다주택자 A씨)
2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시작된 6월1일 이후로 매도 희망자들이 대거 자취를 감춘 상태다. 정부는 다주택자 물량 출회를 바랐지만 현장에선 정반대로 매물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동시에 집을 사려는 매수 희망자들은 많은 상태라 추가 가격 상승이 점쳐진다.
서울과 경기도에 아파트 2채를 보유한 A씨는 “집값이 많이 올라 세금을 내도 차익이 없지 않은데 양도세를 왜 그렇게 아까워 하느냐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저 또한 그 사람들이 이해가 안 간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집 뿐만 아니라 다른 집들도 다 올랐기 때문에 양도세까지 뜯기고 나면 다신 집을 못 사는 게 뻔하지 않느냐”면서 “사람 심리가 그렇기에 보유세가 부담이 되어도 어떻게든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A씨처럼 보유세를 내면서 버티거나 차라리 자녀에게 증여하는 쪽을 택한 다주택자들이 많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거래원인별 서울아파트 거래 현황’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체 거래 건수 중 증여가 차지하는 비중은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4.5%에서 2020년 14.2%로 3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는 5월(1~5월 누계) 기준으로 12.9%를 기록했다. 전임 정부인 박근혜 정부 때(2011년~2016년)는 증여 비중이 평균 4.5%였다.
특히 강남권 등 고가 아파트가 많은 지역에서 증여 비중이 높았다. 서초구 26.8%, 송파구 25.4%, 강동구 22.7%, 양천구 19.6% 순으로 증여 비중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강남구도 16.2%에 달했다. 강동구의 경우 증여 비중이 2017년 2.5%에 불과했으나 올해 5월 기준 25.7%로 10배 이상 늘었다. 양천구 또한 2017년 4.7%에서 올해 5월 19.5%로, 노원구는 3%에서 18.2%로 크게 증가했다.
서울의 한 현직 공인중개사는 “그나마 다주택자들은 자녀에게 집을 증여하는 방향을 택하는데 1주택자들은 집값이 올라도 나중에 자기 아이들은 집 구하기 힘들 것을 생각하면 좋을 것이 없다는 반응이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사람들이 최대한 부동산 자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시기이지, 팔고 줄이려고 하는 시기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전국 곳곳에서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에 대한 ‘갭투자’가 성행하고 있다. 공시가 1억원 미만 아파트는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 미적용 대상으로 취득세 1.1%만 부담하면 된다. 정부의 바람과 반대로 투자자들은 세금 ‘빈틈’을 찾아가면서 자산 증식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부동산빅데이터업체 아실이 국토부 자료를 기반으로 갭투자 사례를 분석한 결과 올해 1~6월 전국에서 가장 갭투자가 많았던 곳은 경기 평택시였다. 갭투자 경향은 1억원대의 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두드러졌다. 전체 매매거래 7667건 가운데 731건이 매매 후 전월세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10건 중 1건은 갭투자였던 것이다.
같은 기간 경기 시흥시도 606건의 갭투자가 체결됐으며 ▷경북 구미시 572건 ▷충남 아산시 500건 ▷경남 김해시 471건 ▷인천 계양구 438건 ▷충북 청주시 성원구 434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렇듯 ‘팔자’보다 ‘사자’가 대세인 상황에서 서울의 아파트값도 4개월째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셋째주(19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107.7로 지난주(105.1)보다 2.6포인트 상승했다.
부동산원은 재건축·중저가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이어졌고, 강남권 초고가 단지에서 간헐적으로 이뤄진 거래가 신고가로 확인되는 등 집값 상승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