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갑질 방지법’, 15일 과방위 안건조정위 회부
10월 데드라인 다가와…본회의 통과까지 무난 전망
모든 앱마켓 입점 의무화 ‘콘텐츠 동등접근권’ 논의 대상
업계 “시장 경쟁 말살…‘원스토어 지원법’으로 변질”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지난해부터 약 1년 가까이 논의 상태로만 머물렀던 일명 ‘구글 갑질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오는 15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의 안건조정위에 주요 안건으로 회부된다.
구글은 오는 10월부터 자사 결제 시스템(인앱결제)을 의무적으로 이용하도록 하는 정책을 국내 모든 앱과 디지털 콘텐츠로 확대할 예정이다. 15% 또는 30% 수수료도 의무화된다. 이에 콘텐츠 및 앱 개발사 업계는 인앱결제 강제화 방지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발의된 개정안을 둘러싼 이견도 크다. 특히, 구글의 갑질을 막는다는 이유로 앱 개발사에게 모든 앱마켓에 등록할 의무를 부과하는 ‘동등접근권’이 대표적이다. 이같은 내용이 통과될 시, 인앱결제 방지법이 국내 토종 앱스토어 ‘원스토어’를 지원하는 법으로 변질될 거란 지적이 나온다.
▶ 15일 안건조정위…이달 통과 가능성↑
국회 과방위는 오는 15일 오후 2시 안건조정위원회 2차회의를 열고 ‘구글 갑질방지법’의 전체회의 상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구글은 지난해 8월 자사 인앱결제 의무화 정책을 기존 게임 앱 뿐 아니라 모든 앱과 디지털콘텐츠로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약 1년 동안 정치권에서는 ‘인앱결제 강제’를 막기 위한 법안이 여럿 발의됐지만, 과방위 파행 등에 부딪혀 뒷전으로 밀린 상태였다.
결국 구글이 인앱결제 의무화를 시행하기로한 10월이 코앞으로 다가와서야, 논의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 이달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데드라인 이전에 법제화가 어렵기 때문이다. 사안이 급박한 만큼, 15일 안건조정위 의결시 본회의 통과까지는 무난할 전망이다.
현재 계류 중인 법안은 총 7개로 ▷앱마켓 사업자의 특정 결제수단 강제 행위 ▷타 앱마켓에 콘텐츠 등록을 못하도록 유도하는 행위 등 막대한 시장 지배력을 앞세운 ‘갑질’ 행위를 금지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재 구글은 국내 앱마켓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앱 마켓 플랫폼별 모바일 앱·콘텐츠 매출 총액은 7조5215억원이다. 이중 구글 플레이스토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66.5%로 총 5조47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애플 앱스토어는 1조6180억원으로 21.5%, 원스토어는 8825억원으로 11.7%로 나타났다.
▶“모든 앱 마켓 등록 의무화?” 논의 필요
업계에 따르면, 과방위는 기존 발의된 7개 법안을 중심으로 통합 실무조정안을 완성한 상태다. 그러나 여기에는 앞서 논란이 됐던 ‘콘텐츠 동등접근권’에 관한 내용도 일부 포함돼 있어 여전히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콘텐츠 동등접근권이란, 앱 개발사로 하여금 국내 모든 앱마켓에 앱을 등록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즉,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입점을 했다면, 애플과 원스토어에도 의무적으로 앱을 등록해야한다는 것이다.
한준호 의원이 지난해 10월 이같은 내용이 담긴 법안을 발의하자, 업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지금 필요한 건 특정 앱마켓의 반공정 행위 규제인데, ‘콘텐츠 동등접근권’은 모든 앱마켓에 똑같이 입점할 것을 강제해 사실상 시장 경쟁을 말살시킨다는 주장이다. 현재 부분적인 인앱결제를 강제하는 앱 마켓은 구글과 애플인 상황에서, ‘콘텐츠 동등접근권’은 결국 토종 앱마켓 ‘원스토어’를 밀어주기 위한 법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의 갑질을 막는다는 취지의 법이 어느 순간 특정 업체를 지원하는 법으로 변질돼버렸다”며 “앱 개발사는 시장 논리에 따라 더 많은 이용자가 있는 마켓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한데, 모든 앱마켓에 입점할 것을 강제하는 건 시장 경쟁을 없애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중소개발사의 고정비 부담을 키울 거란 지적도 있다. 앞서 과방위 공청회에 중소개발사 대표로 참석한 조동현 슈퍼어썸 대표는 “국내 월간 인앱 결제 수수료가 약 135만원인데, 수수료율을 30%에서 20%로 줄인다 해도 45만원 정도만 절감될 뿐”이라며 “오히려 다른 앱 마켓에 입점하기 위해 별도 개발비나 품질관리(QA) 비용이 더 많이 든다”고 꼬집었다.
업계의 반발이 커지자 한준호 의원은 “동등접근권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동등접근권을 보장하도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권고’하는 내용으로 수정한다면 수용 가능한지 의견을 수렴해달라”고 한발 물러선 상황이다.
그러나 업계는 ‘권고’ 조차도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콘텐츠 동등접근권’을 둘러싼 안건 조정이 어떻게 결론 지어질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