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경제]길거리 편의점 앞에, ‘시커먼 막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오는 11일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11월 11일 바로 ‘빼빼로 데이’다. 숫자 ‘1’을 닮은 가늘고 길쭉한 과자 ‘빼빼로’처럼 날씬해지라는 의미에서 친구끼리 빼빼로 과자를 주고받는 날이다.
매년 빼빼로데이가 되면 빼빼로의 매출이 당연히 급증한다. 빼빼로를 출시하는 롯데제과 입장에서는 1년중 대목의 하나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경로를 통해 마케팅 활동을 활발하게 벌인다.
빼빼로 데이의 기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나, 영남지역의 여중생들 사이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1983년 빼빼로가 출시된 이후 영남지역의 여중생들이 친구들에게 ‘빼빼로처럼 빼빼하게 되길 바란다’는 차원에서 과자를 주고 받았다는 것이 유행이 되고 있다는 기사가 지역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이에 힘을 받은 1997년부터 롯데제과가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이제는 국민의 상당수가 빼빼로 데이를 인식할 정도가 됐다.
빼빼로 데이와 유사한 날이 해외에도 있다.
바로 이웃나라 일본이다. 날짜는 한국과 같은 11월 11일이다.
하지만 명칭은 다르다. 일명 ‘포키 데이’다. 정확한 명칭은 ‘포키와 프릿츠의 날(ポッキー & プリッツの日)’이다. 포키는 일본의 대형제과사인 글리코(Glico)가 생산하는 스틱형 과자다. 빼빼로와 똑같은 모양이다. 글리코는 지난 1999년 11월 11일을 포키와 프릿츠의 날로 정하고 일본 기념일 협회의 인정을 얻어 마케팅에 대대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마케팅과 컨텐츠 분야에선 일반적으로 일본의 것을 우리가 차용해 온 경우가 훨씬 많지만, 빼빼로 데이 만큼은 우리 것을 보고 일본 업계가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포키는 일본에서 유사한 스틱류 과자 가운데 압도적인 인지도와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기본이 되는 초코맛의 인기와 함께 다양한 맛과 기간 한정 상품 등의 발매를 통해 일본인들의 입맛을 사로 잡았다.
한가지 재밌는 점은 해태제과를 통해 몇해전 부터 포키가 국내에서도 시판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에 등장한 포키의 목표는 빼빼로 따라잡기다. 물론 아직은 경쟁이 되지 않는다. 빼빼로는 지난 31년 동안 누적판매액 1조원, 판매량 38억갑을 돌파하는 등 압도적인 위세를 자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