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 9.97%
이미 작년 한 해 상승률 9.65% 넘어
중저가 아파트 상승세 주도…9억원 수렴 추이
대출한도, 세 부담 등 좌우되는 가격기준 따라
집값 상승세 뚜렷하게 나타나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올해 들어서도 주택가격 오름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전국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반년 만에 이미 작년 한 해 상승률을 넘어섰다. 정부는 집값 고점 경고를 쏟아내고 있지만 집값은 끝을 모르고 오르는 분위기다.
특히 저평가 지역의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리면서 9억원에 가격 키 맞추기 현상이 나타나는 모양새다. 중저가 주택값 상승은 저가·고가 주택의 가격 흐름도 자극하고 있다. 보금자리론 요건이 되는 6억원, 주택담보대출 금지선인 15억원 등 정부가 각종 주택 관련 정책의 기준점으로 삼는 가격대마다 갭을 메우며 매매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4일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12월보다 9.97% 상승했다. 2019년 12월 대비 2020년 12월 상승률인 9.65%보다 0.32%포인트 높다. 올해 들어 6개월 만에 지난해 1년간의 상승률을 넘어선 것이다.
수도권의 올해 6개월간 아파트값 상승률도 12.97%로 작년 한 해 상승률(12.51%)을 상회했다. 지난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역대급 상승 수치를 반년 만에 돌파한 것이다.
최근의 가격 상승세는 중저가 아파트가 주도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덜 뛴 저평가 지역의 6억~9억원대 아파트가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금까지 6억원, 9억원, 15억원 등의 금액 선을 기준으로 집값이 상승했다. 기준을 넘는 순간 대출한도, 세 부담 등이 달라지기 때문”이라며 “주택가격 상승은 대세로 굳어진 상황에서 당분간 이러한 현상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반적으로 가격이 많이 오르고 있어 특정 가격대 주택이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이진 않는다”면서도 “대출이나 세금과 관련한 정부 정책에 따라 변곡점이 되는 특정 금액대가 있는데 이들 가격대의 주택 수가 늘어나는 경향은 있다”고 했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 자료를 바탕으로 올해 1~6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 분포현황을 살펴보면 오른쪽으로 꼬리가 길게 빠진 우편향 분포를 그리고 있다. 5억~9억원대 아파트 거래량이 전체 매매거래 2만3150건 가운데 37.5%인 8673건에 달할 정도로 이들 금액대 아파트의 손바뀜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프에선 5억~6억원, 8억~9억원 구간의 막대가 솟아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들 변곡점 구간의 거래가 전반적인 주택가격분포와 비교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규제를 피한 지역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나듯 대출 등 정책 시행 기준선을 비껴간 가격대 아파트가 풍선효과를 받는 것”이라며 “공급부족, 매물잠김 등으로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추격매수가 나타나고 있어 주택가격이 상향 표준화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기로 하면서 10억원대 초반의 집값이 12억원에 수렴하는 식으로 키 맞추기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은 집주인이 갈아타기를 위해 집을 팔고 무주택자들이 이를 사들이며 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