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백운규 전 장관·채희봉 전 靑 비서관 기소

‘배임’ 혐의는 정재훈 한수원 사장에게만 적용

백운규 ‘배임 교사’ 등 혐의 수심위 통해 결론

두 핵심 인물 기소로 ‘윗선’ 수사 확대 어려워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장관이 지난 2월 9일 오전 대전 유성구 대전구치소를 나온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장관이 지난 2월 9일 오전 대전 유성구 대전구치소를 나온 뒤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검찰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을 전격 기소하면서, 사실상 월성 원전 조기 폐쇄 사건 수사는 마무리됐다. 더 이상의 청와대 수사 확대가 어려워지면서 정치적 파급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1일 검찰에 따르면 대전지검 형사5부(부장 이상현)는 전날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혐의로 백 전 장관과 채 전 비서관을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도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업무방해 혐의로 함께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이들을 기소하면서 정 사장에게만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앞서 대전지검은 지난달 24일 부장 회의에서 백 전 장관에게 배임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고 만장일치 결론을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오수 검찰총장이 직권으로 백 전 장관에 대한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결정하면서, 백 전 장관의 배임·업무방해 교사 혐의 기소 여부는 위원회 심의 후 결론 날 예정이다.

검찰은 수사심의위를 통한 백 전 장관 추가 기소 여지를 남겼다. 무죄율이 높은 배임죄의 경우 공소유지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례적 혐의인 배임 교사죄 성립은 더욱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법원이 최근 들어 직권남용 혐의 성립 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하는 분위기인 점을 감안하면 향후 재판에서도 공방이 치열할 전망이다. 비슷한 예로 과거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비리’ 사건들에서는 줄줄이 무죄가 선고되면서 정책적 판단영역에 검찰이 무리하게 수사를 벌였다는 지적이 있었다. 일반 기업과 달리 상장사가 아닌 한수원의 조기폐쇄 결정으로 인한 ‘손해’ 대상이 뚜렷하지 않은 점도 걸림돌이다.

6월 마지막 날 기소된 이번 사건은 1심 판단이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백 전 장관의 추가 기소 여부 역시 수심위 참석자를 확정하고 일정을 조율하는 데만 수 주가량 시간이 소요돼 단기간에 결론이 나긴 어렵다. 수사팀을 이끈 이상현 대전지검 형사5부장도 2일부터 서울서부지검으로 자리를 옮긴다. 수심위에서 기소 결론이 나더라도, 교체된 수사팀이 사건을 파악하고 기소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수사 초기 단계부터 커져 온 감사원과 검찰, 청와대의 대립 구도를 만들던 정치적 파장은 더 이상 커지긴 어려울 전망이다. 백 전 장관과 채 전 비서관 두 핵심 관계자가 이미 기소가 된 상황에서 추가 수사를 통한 다른 청와대 관계자로의 수사 확대가 어렵다. 검찰은 지난 2월 백 전 장관에 대해 업무방해와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됐지만, 재청구를 하진 못했다.

검찰에 따르면 백 전 장관과 채 전 비서관은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를 목적으로 공모해, 한수원에 이 같은 의향을 담은 ‘설비현황조사표’를 제출하게 하게 하고, 월성 1호기를 조기폐쇄 및 즉시 가동 중단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정 사장은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이 없는 것처럼 경제성 평가를 조작해 이사회를 속여 즉시 가동 중단 의결을 이끈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월성 1호기 즉시 가동 중단에 따른 손해보전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이같은 정 사장의 행위로 한수원이 1481억원 상당의 손해를 본 것으로 파악했다.


poo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