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 주기 탄소배출량 조사 의미

선진국 탄소국경세 부과에 대비

공정전반 탄소감축 방안 등 모색

국내 배터리사 탈탄소경영 ‘가속’

정부가 국내 배터리 업계를 대상으로 탄소배출량 조사에 나서면서 관련 기업들의 ‘탈탄소 경영’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이번 조사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해외에서 거론되고 있는 ‘배터리 탄소중립 규제’에 사전 대비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 공정을 환경친화적으로 전환하고 폐배터리 재사용 기술을 개발하는 등 탄소중립을 위한 본격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배터리 제조단계부터 사용, 처리, 재사용 등에 이르기까지 배터리 전체 생애주기에 걸쳐 탄소배출량을 조사할 계획이다. 전체 기업이 아닌 일부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표본조사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사 결과는 향후 공정별 탄소배출량 기준을 수립하는 데 참고자료로 활용할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EU 집행위원회는 배터리 생산부터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전체 주기에서 친환경성이 입증된 제품만 EU 시장 진입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24년 7월부터 배터리의 탄소배출량 공개를 의무화하고, 2027년 7월부터 배터리 탄소배출량의 상한선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탄소중립은 배터리 기업들에게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필수 요소가 됐다. 소재·부품 기업들도 탄소배출 감축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앞으로 화석연료 대신 신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친환경 전기로 공장을 가동해 탄소배출을 최소화한 기업들에게 더욱 유리해질 전망이다.

일부 기업들은 이같은 선진국의 엄격한 환경 기준에 대응해 재생에너지 활용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까지 전 세계 모든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100%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리막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충북 증평과 청주에 위치한 공장을 태양광·풍력·수력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가동한다는 방침이다.

정귀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연구위원은 “배터리 등 핵심제품에 대한 탄소규제 도입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원료와 소재 등 밸류체인별 탄소배출량을 측정해야 한다”며 “나아가 협력업체까지 포함해서 신재생에너지 사용 및 탄소배출 감축 방안을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