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LG전자가 애플의 하청업자인가” “스마트폰을 철수하고선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대·중소기업 상생협약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비판)
“뭐가 문제냐” “스마트폰 구입 면에서 소비자 편의가 증대된다”.(옹호)
LG전자가 전국 400여개 LG베스트샵에서 ‘아이폰’ 판매를 계획했다가 업계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유통질서에 혼란을 가중, 중소 영세 대리점 매출에 직격탄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한국 스마트폰사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국내 최대 가전· IT기기 유통망을 가진 LG전자가 스마트폰을 포기한 뒤 LG베스트샵에서 아이폰 판매를 하게 되면 애플의 시장장악력이 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역시 애플 아이폰에 큰 위협을 받고 있다. 이미 글로벌 5세대(G)시장에서는 아이폰에 밀리고 있다. LG전자는 7월을 기점으로 휴대전화사업을 완전히 접고, 8월부터는 자사 유통망에서 아이폰 판매를 애플과 협의 중이다.
이동통신 유통점으로 구성된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동반성장위원회와 LG베스트샵 운영사인 하이프라자에 동반성장협약 준수를 촉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협회는 서한에서 ‘LG전자가 전국 LG베스트샵에서 아이폰을 판매할 경우 2018년 5월 체결된 ‘이동통신 판매업 대·중소기업 상생협약’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협회, 동반성장위원회, 삼성전자, LG전자가 공동 서명한 상생협약서에는 ‘삼성전자 판매는 삼성전자가 생산 또는 공급하는 모바일폰을, 하이프라자는 LG전자가 생산 또는 공급하는 모바일폰만을 판매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특히 대리점들은 대기업이 자체 매장을 활용해 타사 제품을 판매할 경우 영세 대리점들이 매출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협회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에도 서한을 보내 ‘LG전자의 아이폰 판매 대행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앞서 LG전자가 자사 대형 유통 채널인 전국 400여개 LG베스트샵을 통해 오는 8월 1일부터 애플의 아이폰 판매에 나설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애플로부터 판매권한을 넘겨받아 LG 베스트샵 내에서 아이폰 등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아이폰 외에 ‘아이패드’와 ‘애플워치’도 판매할 전망이다. LG전자 노트북과 판매품목이 겹치는 점을 고려해 ‘맥북’ 노트북과 ‘아이맥’ ‘맥프로’ 등 데스크톱 컴퓨터는 판매 대상에서 제외된다. 고객 사후서비스(AS)는 제공하지 않는다.
LG전자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진다.
일부 소비자는 “아이폰을 사러 LG 베스트샵에 가는 사람이 있을까” “LG전자가 애플의 하청업자인가” “스마트폰을 철수하고선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등의 다소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또 다른 쪽에선 “뭐가 문제냐” “스마트폰 구입 면에서 소비자 편의가 증대된다” 등의 옹호론도 있다.
한편 LG전자와 애플의 협력 가능성에 삼성전자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5세대(5G)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에서 애플과 중국 업체에 뒤처진 삼성으로서는 LG전자와 애플의 협력이 작지 않은 타격이 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애플은 첫 5G폰 ‘아이폰12’를 출시한 후 올 1분기 5G 스마트폰 점유율 29.8%로,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애플과 중국 제조사에 밀리며 ‘점유율 4위’(12.5%)에 머물렀다.
국내 시장에서만 아이폰12가 250만대가량이 판매된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폰 시리즈 가운데 역대 최대 수준이다. LG전자의 휴대전화사업 철수로 인해 아이폰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30%대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