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LG전자가 LG베스트샵에서 애플 아이폰 판매를 강행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삼성전자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긴급 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도 “LG전자의 아이폰 판매는 중소 유통망의 매출 하락에 직격탄을 가하는 것으로, 동반성장협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동반성장위원회가 ‘협약 위반으로 단정짓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LG전자는 사실상 아이폰 판매를 강행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LG전자, LG베스트샵 ‘아이폰’ 판매 강행 가닥
앞서 LG전자가 오는 8월 1일부터 전국 400여개 LG베스트샵에서 애플사의 아이폰 외에 ‘아이패드’와 ‘애플워치’를 판매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졌다. 이동통신 유통업계의 반발에도 LG전자 내부적으로 사실상 아이폰 판매를 강행하는 것으로 의견이 좁혀진 것으로 전해진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LG전자가 전국 LG베스트샵에서 아이폰을 판매할 경우 2018년 5월 체결된 ‘이동통신 판매업 대·중소기업 상생협약’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협회, 동반성장위원회, 삼성전자, LG전자가 공동 서명한 상생 협약서에는 ‘삼성전자 판매는 삼성전자가 생산 또는 공급하는 모바일폰을, 하이프라자는 LG전자가 생산 또는 공급하는 모바일폰만을 판매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동반위의 해석은 조금 다르다. 협약 중 ‘변동 시 협의 가능’ 조항 때문이다.
동반성장위원회 관계자는 “협약 자체만 보면 (LG전자의 아이폰 판매는) 위반사항이 맞다”면서도 “다만 협약에 변동 시 협의가 가능하다는 조항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LG전자가 스마트폰사업을 철수하는 큰 변동이 생겼기 때문에 재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사자 간 협의를 진행해 논의할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다급해진 삼성
LG전자와 애플의 협공에 가장 다급해진 것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긴급회의까지 열고 대책마련에 나섰다.
특히 삼성전자의 5세대(5G) 스마트폰 점유율이 애플에 밀리는 상황에서 아이폰 판매 활로가 확대되는 것은 갤럭시폰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애플은 첫 5G폰 ‘아이폰12’를 출시한 후 올 1분기 5G 스마트폰 점유율 29.8%로,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중국 제조사 오포(15.8%), 비보(14.3%)가 각각 2, 3위를 차지했으며, 삼성전자는 애플과 중국 제조사에 밀리며 ‘점유율 4위’(12.5%)에 머물렀다.
5G 스마트폰 점유율 확대가 시급해진 삼성전자로서는 LG전자 매장에서 판매되는 아이폰까지 견제해야 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더 나아가 LG베스트샵에서 판매하는 가전까지 연쇄적인 여파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삼성은 이번 사안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아이폰으로 유입된 소비자들의 수요가 묶음상품 등을 통한 가전 판매로까지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