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다주택자 세금 급증…보유 vs. 처분 고민 깊어질듯
‘잠실주공+마래푸’ 2주택자 내년 세금 따져보니
보유세 감소분 8000만원, 양도하면 3억3000만원 내야
“보유 쉽지 않다”지만 집값 상승은 변수
“양도세 측면에서 퇴로 열어줘야” 제언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 서울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 전용면적 82.51㎡와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89㎡를 보유한 2주택자 A씨는 올해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로 7923만원을 내게 됐다. 지난해(3297만원)보다 2.4배 늘어난 금액이다. 정부의 다주택자 세금 강화 조치와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세 부담 증가를 어느 정도 예상했으나 막상 두 배 이상 뛴 세금을 맞닥뜨리고 나니 주택 두 채를 계속 보유해야 할 지 고민이다.
다주택자 대다수가 작년보다 크게 인상된 세금 고지서를 받아들게 되면서 계속 보유냐 매도냐 증여냐의 갈림길에 선 이들의 고민도 커질 전망이다. 올해는 이미 과세기준일(6월 1일)이 지나 당장 주택을 처분할지 여부를 정해야 하는 급한 상황은 아니지만 어느 쪽이 유리할지 벌써 계산기를 두드리는 모양새다.
2일 헤럴드경제가 김종필 세무사에 의뢰해 A씨의 시나리오별 세금 부담액을 시뮬레이션(모의계산)한 결과 A씨가 주택 두 채를 계속 보유할 경우 내년 보유세는 8918만원으로 늘어난다. 보유세는 2023년 9420만원, 2024년 9940만원 등 매년 증가해 2025년에는 1억원 선을 넘어설 전망이다.
2022년 공시가격은 2021년 공시가격을 시세로 환산한 후 공시가격현실화율을 적용해 산출했다. 올해 공시가격은 잠실주공5단지 82.51㎡가 18억5600만원,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89㎡가 12억1400만원으로 내년 공시가격을 각각 19억2400만원, 12억5800만원 선으로 추산했다.
A씨가 보유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선 주택 한 채를 정리해야 한다. A씨가 마포래미안푸르지오를 처분하고 이른바 ‘똘똘한 한 채’로 잠실주공5단지를 남기게 되면 보유세는 1132만원으로 줄어든다. 2주택 보유세의 8분의 1수준으로 7786만원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다만 매도 시 양도소득세와 증여 시 증여세 부담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율을 높여놓은 데다 증여세율도 최대 50%로 낮지 않은 상황이다.
일단 A씨의 경우 증여보다는 매도가 유리해 보인다고 김종필 세무사는 분석했다.
A씨가 마포래미안푸르지오를 만 19세 이상인 자녀에게 증여하면 자녀는 취득세를 포함해 6억8598만원의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자녀에게 18억원 상당의 주택을 물려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세금 손익 측면에서만 보면 양도세보다 세 부담액이 3억6000만원 가량 높다. 여기에 A씨가 자녀의 증여세를 대납할 경우 세액은 11억2088만원까지 뛴다.
A씨가 3년 전 12억9000만원에 샀던 마포래미안푸르지오를 현 시세인 18억3000만원에 매도할 경우 양도세(지방세 포함)는 3억2764만원으로 추산된다. 2주택 양도세 중과율이 10%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상향되면서 지난 5월 31일 이전 매도 시(2억6851만원)보다 6000만원 가량 늘어난 것이다. 이때 A씨가 거둘 수 있는 양도차익은 2억1000만원 수준이다.
A씨 입장에선 내년 봄까지 9000만원 상당의 보유세를 낼지, 양도세 3억3000만원을 내고 주택을 팔지 선택해야 한다. 김종필 세무사는 “다주택자들이 보유세 부담을 상당히 느끼고 있다. 매년 내야 하는 보유세 규모를 고려하면 보유는 쉽지 않은 의사결정”이라며 “보유세는 계속 높은 비율을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양도세도 늘었지만 보유세 증가폭이 더욱 크고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보유세 강화 원칙 등을 고려하면 향후 보유세 부담이 추가로 늘어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A씨가 2주택 유지로 추가 부담해야 하는 보유세 차액을 8000만원으로 봤을 때 4년이면 양도세가 상쇄된다.
다만 주택가격 상승은 변수다. 늘어나는 보유세 부담에도 집값이 앞으로도 오를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매도 대신 보유를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정부는 종부세 인상·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다주택자가 매물을 쏟아내길 기대했으나 집값 상승 여력이 크다고 판단한 다주택자는 ‘버티기’를 선택했다. 이는 매물 잠김·거래 절벽 현상으로 이어졌고 가격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결국 ‘세금 인상→매물 품귀→집값 상승’의 악순환을 낳은 셈이다.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다주택자에게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 세무사는 “시장이 안정화되려면 다주택자가 물건을 처분하고 빠져나올 수 있도록 양도세 측면에서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