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려할 땐 언제고, 이제는 투기꾼 취급”…오락가락 등록임대사업 정책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주택임대사업자·주택임대인·임차인 헌법소원 국민 탄원 기자회견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정부가 ‘집주인과 세입자가 상생할 방안’으로 내놓은 등록임대사업자 제도가 3년 반 만에 사실상 폐지된다.

정부는 2017년 12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다주택자 주택을 제도권으로 흡수해 임대시장 안정을 도모하고 시세차익을 노린 다주택자의 주택 투기를 억제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 정책이 다주택자의 절세 수단으로만 활용되고 매물 잠김 현상을 초래해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일면서 정부는 제도 수정에 나섰다.

지난해 7·10 대책에서 아파트 주택임대사업자 신규 등록을 폐지한 데 이어 최근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위가 앞으로 매입임대 신규 등록을 받지 않는 등 사실상 등록임대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정부는 당초 다주택자를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 주체라고 인식했으나, 이제는 집값 상승의 주범 중 하나로 임대사업자를 지목한 것이다.

등록임대사업자들은 “3년 반 전만 해도 각종 혜택 주며 장려하더니 이내 말을 바꾸고 정부와 여당이 뒤집고 폐지려고 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시장에선 임대사업자들을 단순히 투기꾼으로 몰아넣어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물량은 대부분 원룸이나 도시형생활주택으로 최근 수 년간 집값 상승을 견인한 전용면적 85㎡ 이상 수도권 아파트와 겹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에 따르면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전체 물량 중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물량의 80% 이상은 다세대와 원룸, 오피스텔 등이라는 설명이다.

비(非) 아파트 물량이 많은 임대사업자를 옥죈다고 해서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지 미지수고 되레 전세난만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물량이 늘어나는 효과는 크지 않고 생계형 임대사업자만 피해를 볼 것이란 분석이다.

다주택자를 규제해 민간임대를 포기하면 비아파트에 살고 있는 보증금이 없는 월세가구 등 취약계층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도 높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 4월 인사청문회 준비 당시 국회에 제출한 서면자료에서 “임대사업자 제도를 폐지하면 임차인의 주거 안정 저하가 우려된다”고 밝혔을 정도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최근 열린 헤럴드 부동산포럼에서 “다주택자를 단순히 투기자로 보는 건 위험하다. 1~2인 가구가 거주할 임대주택 공급 등 다주택자의 긍정적인 역할도 크다”면서 “무주택자만 주택을 사야한다는 생각으로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성공할 수 없다. 주택 시장에 대해 이해를 하고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여당이 정책적 일관성을 버리면서까지 임대사업자 제도를 폐지하려는 배경에는 재보선 참패에 이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 작용한다는 시각도 있다.

정부 정책이 수시로 바뀌면 부동산 시장이 더욱 혼란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된다. 특히 정부 정책을 믿고 따른 이들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된다. 정책을 따랐을 뿐인데 이제 와서 투기꾼 취급을 받고 있다는 임대사업자 목소리에 정부와 여당은 귀기울여야 한다. 정책 안정성을 위해 국민이 신뢰할 부동산 정책을 마련하고 명료한 기준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조변석개하는 정부를 믿을 국민은 아무도 없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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