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아저씨 군인이세요?" "우릴 해칠 건가요?" "왜 이런 짓을 하세요?"…
이달 초 미국에서 발생한 스쿨버스 납치 현장에서 초등학생들이 납치범에 쏟아낸 질문들이다. 이들의 기지로 운전기사와 초등학생 18명은 스쿨버스에서 무사히 탈출했다.
미 ABC방송의 '굿모닝아메리카(GMA)'는 최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리치랜드 카운티에서 발생한 스쿨버스 납치사건의 운전기사 케네스 코빈을 인터뷰하며 사건을 재조명했다.
미 전역 학교와 관할 경찰서에서 코빈의 침착하고 용감한 행동에 감사패를 전달했지만 정작 코빈은 아이들을 ‘영웅’이라 칭하며 위기 극복의 공을 어린 학생들에 돌렸다.
코빈은 "소중한 아이들을 무사히 버스에서 내리기 위해 무엇이든 할 생각이었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저를 지키기 위해 많은 질문을 했던 것 같다"며 "그래서 아이들을 '영웅'이라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일 오전 미군 육군 탈영병 조반 콜라조(23)는 18명의 어린이를 태우고 학교로 가던 통학버스를 납치했다.
리치랜드 카운티 보완관실에 따르면, 콜라조는 이날 아침 7시 포트잭슨 기지에서 체육복 차림으로 총기를 가지고 탈영해 스쿨버스 정류장으로 진입, 초등생들이 탄 버스에 올라탔다.
케네스 코빈은 콜라조가 버스에 탑승하려 하자 두 차례 저지했지만 그는 M4 카빈 소총 총구를 코빈에 겨누며 위협했다.
코빈은 납치범이 "빨간불에도 멈추지 말고 가까운 마을로 계속 달리라"고 요구했으며 "얼마나 걸릴지를 물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이같은 비상사태에 대응해 훈련을 받아왔다"며 "납치범이 탑승하기 전 매뉴얼대로 타지 못하도록 했지만 그는 무기로 위협했다. 콜라조를 자극하지 않고 아이들을 안전하게 하는 것이 최우선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시 급박했던 상황은 버스 안에 설치된 CC(폐쇄회로) TV 영상에 고스란히 찍혔다.
버스를 접수한 콜라조는 차량 앞부분으로 아이들 전원을 이동시키고 자신의 시야가 닿는 곳에 앉혔다. 그러나 이는 콜라조의 납치 시도를 좌절시킨 결정타가 됐다. 콜라조 근처에 앉아 있던 아이들이 질문을 하기 시작한 것. 한 아이가 먼저 "아저씨, 군인이세요?"라고 첫 질문을 던지자 콜라조는 주저하듯 하다가 "응, 그래"라고 대답했다.
이어 "왜 이런 짓을 하세요?"라는 질문이 나왔고 그는 침묵했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질문을 멈춘 건 아니었다. 곧바로 "우리를 해칠 건가요?"라고 물었고 "그러지 않을 거다"라고 답했다. 뒤이어 "그럼, 운전사 아저씨를 다치게 할 건가요?"라고 추궁했고 "다치게 하지 않을 거다"라는 일문일답이 계속됐다.
아이들의 속사포 질문에 콜라조는 결국, "질문은 충분해, 너희들 다 내려!"라고 소리쳤다. 운전사 코빈을 향해서는 "버스를 멈추고 빨리 내려!"라고 명령했다. 이에 코빈과 아이들은 모두 버스에서 내렸고 콜라조는 혼자 버스를 몰고 달아났다.
코빈은 당시를 떠올리며 "납치범은 아이들의 질문이 계속될 것을 직감한 듯했다"며 "계속된 질문에 범인이 당황해서 결국 모두 내리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혼자 남은 콜라조는 바꿔 탈 다른 차량과 새 옷을 마련하기 위해 인근을 배회했지만 일대를 수색하던 경찰에 1시간 만에 체포됐다.
포트 잭슨 지휘관인 밀포드 준장은 "콜라조가 지닌 총기에는 실탄이 장전돼 있지 않았으며 그가 뉴저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고 밝혔다.
3주차 훈련 중에 탈영한 콜라조는 납치, 무기 소지, 무장 강도 등 19개 혐의로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