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평 원룸이 1억원에 관리비 20만원 별도
투룸은 기본 3억원부터…대출이자만 월 60만원
1년 전 1억8000만원→3억2000만원
빌라 전세시장도 이중가격 현상 나타날 듯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6호선 대흥역, 공덕역 주변 투룸 빌라 전셋값이 기본 3억원이라니 사회초년생에게 너무 가혹합니다. 침대 하나 넣으면 끝나는 4평짜리 원룸은 전세보증금 1억원에 관리비 20만원을 별도로 내라고 했고요.”(서울 거주 2년차 직장인 A씨·28세)
2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빌라 전세수급동향지수는 103.6으로 나타났다. 전세수급동향지수가 100을 넘으면 공급보다 수요가 우위라는 의미다. 작년 7월 102.3을 기록한 뒤 계속 10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자연스레 빌라 전셋값도 뛰었다. 지난달 서울 빌라 전셋값은 전달 대비 0.15% 상승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전달 대비 전셋값 상승률이 무려 0.25%을 기록하기도 했다.
1인가구이면서 대학생 신분을 벗어난지 얼마 안 돼 자금이 부족한 사회초년생들은 서울 빌라 전세시장의 주 고객층이다. 그런데 지난해 아파트 전셋값이 폭등하면서 그 여파가 빌라까지 미쳤다.
A씨는 결국 직장인 광화문과 가까운 대흥·공덕역 일대를 포기하고 지난 1월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7평 남짓 되는 원룸을 얻었다.
“홍대는 직장인보다는 대학생이랑 근방에서 일하던 자영업자들이 많이 사는 곳인데 작년 말에 대학교 휴강과 홍대 상권 침체가 겹치면서 비교적 선택지가 넓었던 것 같아요. 가격도 전세보증금 1억2000만원이어서 감당할만 했고요.”
1년만에 빌라 전세보증금 시세가 2배 가까이 오른 곳도 있다.
지난해 5월 마포구 망원동에서 11평 투룸 빌라 전세계약을 마친 직장인 B씨(29세)도 최근 일대 전세보증금 시세를 보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B씨는 “당시 1억8000만원에 방을 구했는데 자금의 80%를 대출받느라 매달 대출 이자로 30만원 가량을 내고 있다”면서 “1년만에 비슷한 크기의 빌라 전세 시세를 살펴보니 최소 3억2000만원이더라”고 소개했다.
그는 “만약 지금 3억2000만원짜리 투룸을 계약하면서 80%를 대출받으면 매달 나가는 이자만 60만원인데 이건 사실상 월세가 아니냐”면서 “1년 차이로 매달 주거비로 나가는 돈이 배가 넘게 차이가 나는 걸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고 밝혔다.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빌라 시장에서도 전셋값 이중가격 현상이 나타날 전망이다.
B씨의 경우처럼 전셋값이 폭등하기 직전 방을 구한 사회초년생들은 개정 임대차법에 따라 2년 계약 연장시에도 최대 5%의 임대료 상승 부담을 겪게 된다. 보증금 1억8000만원에서 5% 상승분을 반영해도 2억원이 넘지 않는다.
망원동 C공인 대표는 “반면 현재 시점에서 새롭게 임차계약을 맺으면 최소 3억2000만원부터 시작하고, 신축 빌라의 경우엔 매매가의 90%에 근접한 4억원 짜리 전세매물도 나온다”고 밝혔다.
그는 “전세보증금은 돌려받는 돈이라고 생각하고 쉽게 계약하기 쉬운데, 전셋값과 매맷값이 거의 붙다시피한 이런 신축빌라는 집주인이 자금이 부족한 경우가 태반”이라며 “깡통전세를 겪지 않으려면 보증보험 가입이 필수”라고 언급했다.
실제로 소득 등 경제적으로 다른 연령층에 비해 취약한 30세 미만이 임차인 시장으로 유입되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중이다.
직방에 따르면 2021년 수도권의 임차인 연령별 비중에서 30세 미만의 확정일자가 부여된 임차인 비중이 22.2%까지 늘어났다. 40세~49세 임차인(20.8%)보다도 많은 것이다.
2018년부터 임차인 증가는 모든 연령층에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었으나 특히 30세 미만이 매년 10% 이상 증가하면서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오는 6월부터 주택임대차거래신고 의무화가 실시될 예정이지만, 이들 계층의 법률적보호 장치가 더 세밀하게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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