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서울 아파트 거래 41.9% ‘30대 이하’

전국 아파트 거래량 30대 이하 비중 계속 커져

모바일·프롭테크 활용 등 주택 거래 문화도 바꿔

암울한 현실이 만든 영끌, 패닉바잉, 벼락거지 현상

“최신 정보력 활용, 합리적 주택구입”이란 인식도

“집값 하락하면, 무리한 주택구입 부담 커질 수도”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1356만 4335명’. 2021년 4월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 기준 20~30대 인구다. 20대가 676만1949명, 30대가 680만2386명이다. 두 연령대를 합해 전체 인구(5170만2100명)의 26.2%를 차지한다.

이들을 요즘 ‘MZ세대’라 부른다.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요즘 부동산 시장에선 MZ세대를 빼놓곤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이제 막 학교를 졸업했거나 입사 10년 차도 되지 않은 때이니 자본이 넉넉하진 않은데도 가장 적극적으로 집을 사고 있어서다.

▶부동산시장에 커지는 MZ세대 영향력=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1분기 서울 아파트 거래 물량(1만5875건)의 41.9%(6664건)를 ‘30대 이하’가 샀다. 30대 거래량만 전체의 37.3%인 5928건이다. 전통적으로 집을 가장 적극적으로 사는 40대(4262건) 보다 1666건이나 많다.

MZ세대의 파워는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2019년 서울 아파트 거래량(7만1734건)의 31.8%(2만2846건)를 30대 이하가 책임졌다면, 2020년엔 전체 매매건(9만3784건)의 37.3%(3만4994)를 30대 이하가 맡았다. 올해 들어선 1분기까지 40%를 넘었다.

이런 흐름은 서울만 해당하지 않는다. 전국 아파트 거래량 중 30대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28.3%, 2020년 29.1%, 올 해 1분기 기준 31.4%로 계속 커지고 있다.

MZ세대는 주택 매매 방식도 바꾸고 있다. 이들의 주택 거래는 대부분 손바닥 안에서 이뤄진다. 각종 부동산 모바일 플랫폼에서 관심 지역 아파트 매물 및 시세를 비교하고, 실 거주자들의 후기나 VR(가상현실) 영상을 통해 매물을 들여다 본다. 개발 호재가 있다면 언론을 통한 2차 정보가 아니라 직접 정부나 지자체 홈페이지에 들어가 관련 자료를 다운받아 확인한다. 인터넷 뱅킹으로 대출 한도 및 금리까지 비교하며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자금 규모를 따진다. 현장의 중개업소를 방문하는 순서는 가장 늦은 편이다. 공인중개사를 만나는 게 가장 중요했던 과거 주택거래 패턴과 많이 다르다.

최근 금융권과 부동산 업계에서 너도나도 부동산 전문 플랫폼을 만드는 건 이런 MZ세대를 잡기 위한 노력이다. 이들 부동산 관련 플랫폼에선 매물 검색, 시세, 대출 정보 등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세무 상담, 부동산 감정까지 해주는 곳도 있다.

부동산 시장, 갈수록 강해지는 MZ세대 영향력…
MZ세대들의 주택 거래는 손바닥 안에서 대부분의 과정이 진행된다. [헤럴드경제DB]

▶이유있는 ‘영끌’, ‘패닉바잉’= MZ세대가 공격적으로 집을 사는 건 집값과 전셋값 폭등이 만들어낸 암울한 현실 때문이라는 데 대부분 전문가들은 동의한다. ‘패닉바잉(공황구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돈을 마련했다)’, ‘벼락거지’ 등 최근 부동산 시장을 규정하는 신조어가 이들의 처지를 대변한다.

MZ세대는 역사상 최초의 ‘소셜미디어 네이티브(social media native) 세대’라고도 한다. 어렸을 때부터 페이스북, 유튜브, 카카오톡 등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분으로 여기며 자랐다. 남의 생활을 엿보고, 비교하는 걸 일상적으로 체험하며 어른이 됐다. MZ세대를 이해는 키워드로 ‘비교’가 첫 번째로 꼽히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벼락거지’라는 자조적 용어는 타인과 비교하는 태도에서 탄생한 말이다. 집값이 올라 다른 사람이 너도나도 부자가 되는 걸 목격하면서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거지가 된 것처럼 느낀다는 처절한 심정이 드러난다.

폭등하는 집값은 이들을 불안하게 한다. ‘이대로라면 남들처럼 내 집 한 채 마련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패닉바잉’(공황구매)이 나타나는 환경이다. 물려받을 재산이 많은 금수저를 제외한 대부분 MZ세대에게 ‘영끌’은 생존 전략이다. 그렇게 불안감을 극복하고, 급등하는 자산시장에 올라타려고 노력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강조해온 ‘집은 사는(buy) 게 아니라 사는(live) 곳’이란 말은 설득력을 잃는다. 방 두 개에 자그마한 거실이 있는 44㎡ 크기 임대주택에 찾아가 대통령이 아무리 3~4인가구가 살만하다고 강조해서 MZ세대에겐 좋아 보일 리 없다. 그들이 부동산에 대해 갖는 불안감은 남들보다 뒤처진다는 불안감, 벼락거지로 전락하고 있다는 두려움이기 때문이다. 집 사는 걸 가급적 막는 정책을 폈던 정부 정책이 시장에 잘 먹히지 않았던 이유다.

부동산 시장, 갈수록 강해지는 MZ세대 영향력…
서울 아파트 밀집지역을 바라보고 있는 젊은층. [연합]

▶“폭탄 떠안았다”vs “합리적 선택”= MZ세대의 주택 투자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이 많은 게 사실이다. 무리하게 집을 사 나중에 집값이 하락할 때 결국 폭탄을 떠안는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MZ세대들은 마치 부동산이 계속 올라갈 것처럼 가정하고 집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며 “하지만 언젠간 금리도 오르고 집값도 꺾이기 마련인데, 대출이 많은 이들이 얼마나 큰 어려움을 떠안게 될지 걱정스럽다”고 했다.

반대로 별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시각도 있다. ‘패닉바잉’이란 조롱을 받으며 집을 산 MZ세대들은 최근 1~2년 사이 집값이 많이 올라 요즘은 결국 옳은 선택이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MZ세대들이 주로 투자한 수도권 아파트는 향후 집값 하락기가 온다고 해도 상대적으로 수요가 많아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작다는 점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무리한 대출도 ‘영끌’이란 표현 때문에 심각한 것처럼 비춰지지만, 실제 대부분 합리적인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 2013년 기준 우리나라 LTV(주택담보대출비율)는 평균 49%였는데, 현재 수도권 및 대부분 대도시는 40%의 LTV가 적용되고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젊은 층이 주어진 범위에서 적극적으로 대출 능력을 활용하는 것을 무조건 ‘영끌’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다소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정부 규제로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받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MZ세대가 과거 세대보다 부족한 주택구입자금을 신용대출과 같은 형태로 충당하는 것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시각이다.

이재국 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MZ세대는 어느 세대보다 적극적으로 각종 재테크 정보를 활용해 주택을 사고 있다”며 “병적 상태인 ‘패닉’에 빠져서 무작정 사는 것이라고 색안경을 끼고 봐선 안된다”고 말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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