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NRE “금리인하 기만행위 고통”
미래에셋 “권리보호 위해 불가피”
베트남 하노이 최고층 빌딩인 랜드마크72의 리파이낸싱(자금재대출)을 두고 대출 차주와 미래에셋증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높은 이자에 부담을 느낀 차주(에오엔알이프로퍼티원 주식회사, 이하 AONRE)가 수년 전부터 금리인하를 요구해 왔지만 미래에셋증권이 이를 미루다 지난달 29일이었던 만기 직전에야 거절 통보를 해오면서 AONRE 측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4일 확인됐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베트남 하노이 소재 랜드마크72 타워와 관련한 대출 조건을 두고 AONRE와 미래에셋증권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AONRE(옛 AON BGN)은 지난 2016년 시공사인 경남기업이 회생절차에 들어가며 매물로 나온 5240억원 상당의 대출 채권을 인수하며 빌딩의 소유권을 이전받았다. 당시 이 대출채권을 인수하기 위해 AONRE은 미래에셋증권으로부터 3000억원 규모의 선순위 대출(연 이자 7.5%, 만기 5년)을 받았고, 이와 동시에 1000억원 상당의 중순위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총 4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양측의 갈등은 대출을 받은 다음 해인 2017년부터 시작된다. 높은 금리 조건에 부담을 느낀 AONRE는 금리인하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에 미래에셋증권은 2019년 말부터 5% 수준의 금리인하와 만기연장 등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지만, 끝내 금리인하와 관련된 협상에 진척이 없었다고 AONRE측은 주장했다.
이후 미래에셋증권은 만기가 얼마 남지 않았던 지난해 말 기존 협상에 참여한 담당자들이 퇴사했으며, 내부적으로 금리인하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통해 다른 금융기관을 통해 리파이낸싱을 추진하라는 뜻을 AONRE측에 전달했다.
이에 AONRE측은 선순위 대출 상환을 위해 급하게 신규 대주단을 꾸려 1000억원 상당의 중순위 전환사채권자에 대한 권리가 침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리파이낸싱 동의를 요청했다.
이후 AONRE는 연 이율 4.9%에 리파이낸싱 신규대주단의 승인을 완료해 기존 대출계약서상에 명시된 조기상환 조건(1개월 전 통지)에 맞춰 최초 3000억원에서 일부 상환한 2415억원 규모의 선순위 대출을 지난달 20일 상환하겠다고 통지했다.
이 과정에서 미래에셋증권이 수용하기 힘든 무리한 조건들을 추가로 요구했다고 AONRE측은 주장한다. 미래에셋증권이 CB에 대한 전환 청구를 상시 가능토록 요청했는데, 이는 CB전환을 통해 빌딩에 대한 경영권확보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주장이다. 건물 매각금액 및 매각시기도 미래에셋증권이 임의로 정할 수 있는 조건이어서 AONRE 입장에서는 결코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이라는 설명이다.
AONRE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이 계약상 의무도 없는 요구를 하면서 비합리적인 사유로 신규 리파이낸싱을 고의로 지연시키고 방해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하루에 이자 비용만 수 천 만원 씩 손실을 보는 등 견디기 힘든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증권은 새로 리파이낸싱을 할 경우 중순위 CB전환에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어 차주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반박했다. 다른 경로를 통해 리파이낸싱을 하면 경우에 따라 중순위사채권자의 권리가 침해받을 수 있어 정당한 권리 보호라는 설명이다. 또, 금리인하 결정이 지체된 부분에 대해서는 건물 매각을 통한 차익실현을 AONRE 측에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무조건 금리를 인하해주겠다고 한 것이 아니라 파산사건, 각종 소송의 빠른 종결 및 자산매각 진행 등의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에 한해 금리 인하를 제안했으나 합의가 되지 않았다"며 "또, 앞서 2월에 선순위 1.5년과 중순위 5년을 연장줬으나 차주가 선순위 차환의사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이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