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명공학연구원 곽상수 박사팀

환경 스트레스에 강한 구황작물 주목

생산성 탁월·오염된 토양 복원효과도

네이멍구서 유전자변형 고구마 재배 성공

“기후변화·식량부족 대안은 고구마”...사막화 경계지역에 심었더니...
곽상수 박사 연구팀이 실험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제공]

“앞으로 기후변화와 식량부족이 코로나19보다 더 심각하게 인류를 위협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고구마가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는 환경오염과 식량부족 문제 관련, 대표적 식용작물 중 하나인 ‘고구마’가 해답을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전 세계 육지 가운데 약 3600㎢가 사막 또는 사막화 지역으로 분류된다. 또한 매년 5~7만㎢의 땅이 추가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사막화는 경작지 감소, 생태계 붕괴, 그리고 황사 같은 대기오염을 유발하는 인류 공통의 과제다.

특히 UN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오는 2050년 세계 인구는 약 97억명에 도달, 전 세계적 인구과잉 현상으로 인해 발생하게 될 식량부족 현상도 매우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도 안심하지 못할 상황이다. 국내 곡물자급률은 1960년대 90%에서 현재 21%로 급락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 고구마가 어떻게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고구마는 사막과 같은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면서 식용은 물론 판매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다. 특히 옥수수, 감자 등 다른 작물보다 단위면적 당 탄수화물 생산성이 탁월하며, 항산화 물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구황작물이다.

곽 박사는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사막화와 식량 위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뒤 지난 1995년부터 28년 동안 환경 스트레스에 강한 고구마 연구에만 매달려 왔다. 이 같은 이유에서 일명 ‘고구마 박사’로 불린다.

곽 박사 연구팀은 현재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면서 식용은 물론 판매를 통해 부가가치 창출까지 가능한 고구마를 무기로 사막화 방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고구마를 사막화 경계지역에 심으면 주민들의 빈곤을 개선하면서 사막화 진행도 차단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최근 기존 고구마에 들어있는 단백질보다 기능이 월등히 향상된 신규 오렌지 단백질(IbOr-R96H) 개발에도 성공했다. 연구팀은 고구마 오렌지 단백질 유전자를 고구마, 감자, 알팔파(콩과 사료작물)에 도입, 카로티노이드를 많이 생산하고 건조, 고염분 등 스트레스에도 강하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연구팀은 중국 네이멍구(내몽고) 쿠부치 사막과 카자흐스탄 남부지역 알마티 등 척박한 토양에 유전자 변형 고구마를 심어 재배에 성공해 타당성과 효용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알마티 지역에서는 국내 생산량(20t) 보다 많은 1헥타르(ha) 당 약 38t의 고구마를 생산했다.

특히 알마티 지역에는 중금속인 납에 오염된 토양이 많다. 산화스트레스를 잘 견디는 고구마를 심으면 중금속오염 확산을 막아주고 10~20년 지나면 오염된 토양이 옥토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볼 만하다.

곽 박사는 “고구마는 모든 부위를 이용할 수 있고 항산화성분, 식이섬유, 칼륨 등이 많아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평가된다”며 “유전자 변형을 통해 건조지역, 고 염분 지역, 환경 오염 지역 등 재배지의 환경에 최적화시키면 그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고구마 대량재배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기존 25㎝의 종묘를 5㎝로 줄인 뒤 꽃이 피면 전용 이양기로 밭에 바로 심을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이 방법을 활용하면 노동력 투입을 줄이고 생산효율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곽 박사는 “중국 카자흐스탄 중동 북아프리카 등 환경조건이 열악한 사막화 지역에 유전자 변형 고구마를 대량 재배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면서 “현지 농업회사와 협력을 진행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과 합자회사를 만들어서 고구마 대량생산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곽 박사는 환경 스트레스에 내성을 갖도록 형질을 전환해 방풍림(防風林)으로 최적화시킨 포플러나무의 효용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강한 환경재해 내성에 더해 물이 희박한 곳에서도 매년 40~100㎝ 성장할 수 있는 품종 개발을 마쳤다. 곽 박사는 “고구마와 포플러를 사막화 경계지역에 심으면 사막화와 황사 예방효과가 클 것”이라고 전했다. 구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