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선의 값!] 4. 몸값 3.4조원 입증한 카카오모빌리티의 성장성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코스피가 72%, 카카오 237%. 지난 1년 주가 상승률입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플랫폼 기업이 핫하다고는 하지만, 단연 돋보이는 성적이네요. 함께 뜨거웠던 주식 네이버가 최근 주춤하는 중에도 카카오의 상승세는 지칠 줄을 모릅니다. 오늘은 카카오의 여러 포트폴리오 중에서도 특히 가파른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사업이 무엇인지, 몸값은 얼마나 될지 알아보죠.
카카오 〉 카카오 신사업 〉 신사업 모빌리티
지난해 카카오 전체 매출은 직전해와 비교해 36% 늘어났는데요. 카카오의 7개 사업 분류(톡비즈, 포털비즈, 신사업, 게임콘텐츠, 뮤직콘텐츠, 유료콘텐츠, IP비즈니스 기타) 중에서도 신사업 부문의 매출이 무려 111% 오르며 이름값을 했습니다. 여기서 신사업이란 모빌리티와 페이 사업을 말합니다.
신사업 부문을 좀 더 자세히 볼까요. 카카오페이 감사보고서를 보면, 매출이 1411억원에서 2844억원으로 100% 조금 넘게 올랐어요. 신사업 부문의 평균 성장률보다 조금 낮네요. 그럼 모빌리티는 어떨까요. 아직 실적을 공시하지 않았는데, 증권사 전망치를 참고하면 지난해 매출이 약 2800억원 내외가 될 듯합니다. 2019년의 1049억원과 비교해 167% 급증했네요. 즉, 카카오 중에서도 신사업이, 신사업 중에서도 모빌리티가 가장 빠르게 치고 나가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PSR 6.3배…우버·리프트와 비교해보니
자, 이제 본격적으로 카카오모빌리티의 몸값을 분해해봅시다. 주가와 몸값은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지에 대한 기대감이 토대가 되므로, 먼저 올 한해 전체 매출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추정치가 필요합니다. 지난달 이후 발간된 비교적 최근의 카카오 종목 보고서 중 카카오모빌리티의 올 한해 매출 추정치를 적어놓은 게 몇 개 보입니다. 가장 보수적으로는 4190억원(대신증권), 가장 공격적으로는 6440억원(카카오페이증권)으로 전망됐습니다. 둘을 평균해, 5315억원으로 추정치를 잡고 몸값을 구해보죠(현대차증권이 5521억원으로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상장사가 아니기 때문에, 가장 최근 투자를 유치할 때 얼마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는지를 보면 됩니다. 다행히 바로 지난주, 카카오모빌리티가 구글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네요. 1.7% 지분 인수를 위해 약 565억원을 투자했으니, 역산하면 전체 몸값으로 약 3조3500억원을 인정받은 셈입니다. (참고로 지난 2월에는 세계 3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칼라일에게도 투자를 받았는데, 이때는 약 3조2900억원의 몸값이 책정됐습니다.)
그래서 싼 거야 비 싼거야
이 몸값이 비싼 거냐 싼 거냐를 따지려면, 비슷한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들과 비교를 해봐야겠죠. 주가가 매출의 몇 배인지, 즉 주가매출비율(PSR)을 살펴볼게요. 카카오모빌리티 몸값 3조3500억원을 위에서 구해 본 예상 매출 5315억원으로 나누면 약 6.3배. 즉, PSR 6.3배의 밸류에이션이 적용돼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선 마땅한 경쟁 상대가 없으니, 글로벌 대표 모빌리티 기업인 우버와 리프트와 비교해볼까요. 우버는 예상 매출이 160억달러고 현재 시가총액은 1066억달러여서 PSR은 약 6.7배입니다. 리프트는 예상 매출 27억달러고 시가총액은 203억원이니 PSR이 약 7.5배네요. 결론적으로, 단순히 우버나 리프트와 비교했을 때, 그리고 매출을 기준으로 했을 때 “구글은 저가매수에 성공했다”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
중요한 건 ‘카카오모빌리티가 우버나 리프트처럼 비싸질 수 있겠느냐’ 질문이겠죠. 증권사들은 일단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우버나 리프트처럼’이 아니라 ‘우버나 리프트보다’ 비싸질 수 있다고 얘기해요. 가장 최근 보고서를 내놓은 교보증권에서는 우버 및 리프트 밸류에이션보다 30% 높은 프리미엄을 적용할 만하다고 했습니다. 이 경우 카카오모빌리티의 몸값은 약 4조4000억원입니다. 지난달 말 나온 카카오페이증권의 보고서에선 우버·리프트 평균 밸류에이션의 2배에 달하는 PSR 15배를 적용해 9조7000억원을 제시했네요. 지금 몸값의 3배입니다.
“독점·갑질!”…끝내 유료화 반발을 넘는다면
우버나 리프트보다 비싼 밸류에이션이 적용될 만하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공통적으로는 유료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국내 택시 호출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독보적 사업자입니다. 모범택시 전용이었던 콜 시스템을 무료로 제공해 서비스 대중화에 앞장서 온 덕분인데요. 그간 쌓인 엄청난 데이터를 기반으로 차별화되는 서비스를 만들고 결국 유료화에 성공한다면, 그 시점부터는 이익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또 다른 성장의 토대가 되겠죠.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달 택시 기사를 상대로 유료 멤버십 상품을 내놨습니다. 목적지를 설정하면 해당 방향으로 가려는 고객의 호출을 다른 기사보다 먼저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기능이 핵심입니다. 실시간 승객 수요를 색깔로 지도에 표시해주는 서비스도 포함됐습니다. 이 서비스는 가격은 월 9만9000원.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이 서비스 하나로만 3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추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밖에, 승차 거부 없는 강제 배차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T 블루’의 차량 대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도 합니다. 지난해 초 2000대에 그쳤던 카카오T블루는 지난해 말 1만6000대까지 불어났습니다.
다만 유료화 움직임이 탄탄대로일 가능성은 낮아 보여요. 실제 유료 멤버십 소식에 택시 업계는 즉각 대응에 나섰거든요. 앞서 지난 2018년, 카카오가 출시한 ‘카풀 서비스’에 반발한 택시 기사들이 분신으로 숨지는 비극이 일어났고, 결국 서비스가 중단된 바 있습니다.
택시는 거들 뿐…확장은 지금부터
카카오모빌리티의 사업 확장이 이제 막 시작됐다는 점도 기회 요인입니다. 사실 택시 시장 자체는 줄어들고 있어요. 저출산 등과 맞물려 택시승차 인원은 점점 줄어드는 반면 택시 면허수는 유지되니 경쟁이 치열합니다. 하지만 모빌리티 사업이 곧 택시 사업이라고 봐선 안 됩니다. 대리, 주차, 카셰어링, 바이크, 펫택시 등 성장할 만한 요인이 적지 않습니다. 현대차증권은 국내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 규모가 2018년 8960억원에서 2022년 2조4160억원으로 연 28% 고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소개했는데요, 글로벌 시장 성장률 23%를 웃돕니다. 이처럼 가파르게 성장하는 모빌리티 사업 곳곳에, 구글과의 협력으로 보강된 자율주행 기술력까지 합쳐진다면 어떤 혁신이 나올지 기대됩니다.
글로벌 모빌리티 기업과 비교할 때, 추가할 수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도 있습니다. 우버가 하고 있는 화물 사업 ‘우버 프레이트’가 대표적이겠네요. 모빌리티의 영역으로 물류를 끌어들인 셈인데요. 그렇지 않아도 가파른 e-커머스 성장의 과실을 추가로 노려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플랫폼 맞수인 네이버와 비교해 열위였던 커머스 및 물류 역량을 단숨에 끌어올릴 카드가 될 수도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