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말 2차 후보지 16곳 발표했으나
1차 사업 추진은 여전히 궤도 밖
8곳 중 6곳 정비계획안 마련 못해
추가 후보지 발표 성급했다는 지적 나와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정부가 지난달 29일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2차 후보지 16곳을 발표했으나 1차 후보지 8곳의 추진도 지지부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8개 구역 가운데 6곳이 정비계획안조차 수립하지 못했고 계획안 마련이 늦어지면서 당초 3월까지 마무리하겠다던 주민설명회 절차는 단 한 곳도 마치지 못했다.
정부는 공공재개발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방침이지만 1차 사업 일정이 늦어진 상황에서 1차보다 두 배 많은 2차 후보지까지 선정돼 계획이 제대로 진행될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따르면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1차 후보지 8개 구역 가운데 주민설명회 절차를 마친 곳은 없다. 봉천13구역의 경우 지난 2월 주민설명회를 한 차례 개최했으나 당시 사업성 분석 결과, 예상 분담금 등이 나오지 않아 전체적인 방향성만 공유했던 터라 추가 설명회가 필요한 상황이다.
용적률, 층수, 공공기여도 등을 담은 정비계획안을 수립한 곳은 봉천13, 신설1 등 2개 구역이다. 흑석2와 용두1-6은 내부 조율을 마친 정비계획안을 토대로 현재 한국부동산원이 분담금 검증 작업을 하고 있다. 양평13, 양평14, 신문로2-12, 강북5 등 4개 구역은 현재 용적률, 층고 등을 논의 중이다.
정부가 지난 1월 후보지 발표 때 내놓은 시간표와는 차이가 있다. 정부는 2월부터 두 달간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4월 업무협약 체결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략적인 사업성 검토가 끝났다. 한 달 내 주민설명회를 마치겠다”는 당시 관계자의 공언과 달리 진행은 더디다.
LH 관계자는 “연말까지 정비계획을 신청하고 사업시행자를 지정할 예정”이라면서도 “주민협의나 관계기관 협의 과정에서 변동될 여지는 항상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차 후보지 발표가 성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차 후보지는 총 16개 구역 2만202가구 규모로 1차 후보지(8곳·4763가구)보다 가구수 기준 4배 수준이다. 정부는 연내 1차 후보지는 사업시행자 지정까지, 2차 후보지는 정비계획 수립 착수까지 소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24곳에 대한 정비계획안 수립과 주민의견 수용을 일정 내 마치긴 버겁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특히 주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LH 임직원의 땅 투기 사태 이후 공공 신뢰가 추락한 상황에서 LH나 SH공사가 주도하는 정비사업 동의율이 얼마나 나올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 발표 직후 2·4공급대책 선도사업 후보지로 21개 구역을 선정한 것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사업의 경우 주민 동의 요건(10%)을 갖춘 지역에 한해 예정지구로 지정해 개발할 계획이지만 여러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다 보면 행정력은 분산될 수밖에 없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도 변수로 꼽힌다. 서울시장 자리를 야권 인물이 꿰찰 경우 공공재개발 추진에 악재가 될 수 있고 여야 후보가 민간 정비사업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후보지들이 민간 개발로 방향을 틀 가능성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차 후보지 중 사업 추진이 궤도에 오른 곳은 없다. 지금으로서는 2차 발표 지역과 차이가 없다”며 “사업대상지 주민에게 공공재개발을 해야 하는 이유를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성공사례를 하루빨리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