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만에 최대폭 오른 공동주택 공시가격
“공시가 내리자” 전국서 집단 반발 움직임 확산
이달 29일 공시가격 결정·공시, 산정근거도 나와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르면서 고가 아파트가 몰린 서울 강남은 물론 강북과 수도권, 지방 등에서 집단으로 민원을 제기하는 단지들이 줄을 잇고 있다. 공시가격에 대한 의견제출이 이달 5일 종료되는 가운데 접수건수도 ‘역대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4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달 5일까지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의견제출을 받은 뒤, 이를 참고해 29일 공시가격을 결정·공시한다. 국토부는 공시 예정가격에 대해 의견제출, 결정·공시된 공시가격에 대해선 이의신청으로 주택 소유자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다.
공시가격안에 대한 열람이 시작된 지난달 16일 이후 각 아파트 단지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급격히 인상된 공시가격에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이 전국 평균 19.08%로 1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데 따른 것이다.
주민들은 국토부와 관할 구청 게시판에 단체로 항의글을 남기고, 단체로 의견제출을 하기 위해 연명부를 돌렸다.
고가 단지가 몰린 서울 강남권에선 강남구 ‘은마아파트’,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서초구 ‘잠원한신로얄’ 등은 이날까지 연명부로 서명을 받아 공시가격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주민의 뜻을 전달하기로 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과 상일동 ‘고덕아르테온’ 등 인근 5개 단지 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는 국토부와 강동구청, 지역구 의원실에 공시가격 인하를 요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서울 강북권에서도 반발 움직임이 나타났다. 서울에서 공시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이 노원구(34.66%·1위), 성북구(28.01%·2위) 등이라는 점에서다. 성북구 ‘래미안길음센터피스’ 입주자대표회의는 공시가격 하향조정을 요구하는 공문을 국토부에 보냈다.
수도권과 지방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다. 인천 청라신도시 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는 이 지역 공시가격 상승률이 평균 23.41%로 서울(19.91%)보다 높다는 점 등을 담은 공시가격 하향 조정 의견서를 지난 2일 국토부에 제출했다. 각 단지는 이와 별도로 주민 서명도 받기로 했다. 경기 성남, 하남, 남양주, 안양, 김포, 구리 등에서도 단체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평균 70.68% 급등한 세종시에서 대부분 단지가 단체로 의견제출을 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관련 내용을 공지하고 주민들의 동의를 받고 있다.
각 지자체도 직접 나섰다. 서초구는 자체 공시가격검증단을 통해 1만여건의 문제를 발견해 이를 조정해달라는 의견을 국토부에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이춘희 세종시장도 국토부에 공시가격을 낮춰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실제 공시가격이 조정되는 사례는 일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의견제출은 3만7410건 접수됐는데, 반영률은 2.45%(915건)에 그쳤다. 국토부는 실거래가(시세)와의 차이, 인근주택과의 가격균형·개별특성 반영 미흡, 조세부담 과다 등이 주된 의견제출 사유였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는 전국 공동주택 1420만 5075가구에 대한 공시가격 산정근거가 처음으로 공개된다. 주택 소유자는 이달 29일 그 내용을 열람해 공시가격 상승 배경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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