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포장지에 적힌 식품 라벨은 제품 특성을 쉽게 파악하게 도와주지만 때로는 너무 많은 라벨 때문에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무설탕이나 무가당, 유기농과 무농약 등 비슷한 부류의 라벨처럼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후 식품안전성과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인증 마크를 더 꼼꼼하게 확인하는 일이 많아졌으나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라벨에 소비자 인식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은 아쉽다. 이러한 틈을 이용해 국가가 인증하지 않는 마크로 위장해 피해를 주는 사례도 있다. 혼란을 멈추고 한자리에서 용어를 구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식품 라벨들을 정리해봤다.
헷갈리는 ‘무설탕 · 무가당’
과일주스 구입 시 발견하는 ‘무설탕’과 ‘무가당’은 소비자가 헷갈려하는 표시 중 하나다. 모두 설탕을 넣지 않아 건강한 음식처럼 보이지만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무설탕’은 말 그대로 설탕이 없거나 0.5g 미만으로 설탕이 함유된 제품을 말한다. 따라서 설탕이 아닌 인공 감미료나 올리고당, 액상과당은 첨가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100% 천연과즙’ 혹은 ‘100% 농축과즙’ 또한 다른 과즙을 섞지 않고 해당 과즙만 썼다는 의미므로, 물이 들어갈 수 있다.
반면 ‘무가당’은 어떤 종류의 감미료도 첨가되지 않는다. 대신 과일 등의 재료에서 유래한 천연 당분은 들어 있을 수 있다. 인공 ‘첨가당’을 줄이고 싶다면 ‘무설탕’보다 ‘무가당’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유기농·무농약 ·친환경 농산물’ 뭐가 다른 거지?
유기농은 이미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았으나 ‘무농약’과 ‘친환경 농산물’과의 차이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이도 많다. 국내에서 유기농과 무농약은 모두 ‘친환경 농산물’이라는 큰 영역 안에 들어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유기농산물에 대해 ‘3년 이상 화학비료나 화학농약을 쓰지 않고 유기물을 이용해 생산한 농산물’이라고 정의한다. 반면 ‘무농약’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나 화학비료를 권장량의 3분의 1까지 사용할 수 있다.
국가에 따라서도 개념이 다르다. 미국 농무부의 유기농은 더 엄격하다. 합성농약, 합성비료뿐 아니라 유전자변형작물(GMO)의 사용도 허락하지 않는다. 미국과 유럽 식품의 경우 한국과의 ‘유기농 가공식품 동등성 협정’에 따라 국내에서도 유기농 인증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유럽제품은 ‘유로리프(Euro-leaf)’, 미국제품은 ‘USDA ORGANIC’ 표시를 확인하면 된다.
동물복지의 기준
단어조차 낯설었던 ‘동물복지’ 인증은 최근 편의점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라벨이 됐다. 이는 까다롭고 높은 수준의 동물복지 기준에 따라 사육하는 소·돼지·닭·오리농장 등에 대해 국가가 인증한 축산물 인증이다. 즉 동물이 본래의 습성을 유지하면서 정상적으로 살 수 있게 관리한 축산농장에만 준다. 예를 들어 동물 선발 시 상처입은 동물과 만삭인 동물은 제외하고, 차량 탑승 혹은 하차 시에도 구타를 하거나 전기충격을 가하지 않아야 한다. 닭의 경우 ‘무항생제’ 마크는 항생제를 먹이지 않고 외부 오염물질과의 접촉을 차단한 상태에서 키운 닭을 말한다.
HACCP, 농산물우수관리인증(GAP) 인증이란?
해썹(HACCP)은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zard Analysis and Critical Control Points)의 줄임말로, 식품의 안전성과 품질을 관리하는 위생관리 시스템을 말한다.
GAP는 우수농산물관리의 국제 인증을 말한다. 모든 단계에서 농약·중금속 등 위해요소를 철저하게 관리한 농산물에만 수여하기 때문에 ‘농산물 안전의 마침표’로 불린다.
MSC, ASC 마크가 필요한 이유
미래에도 해양이 오염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어업을 위해서는 이를 위한 협력과 제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대표적인 인증제도가 MSC(Marine Stewardship Council·해양관리협의회)와 ASC(Aquaculture Stewardship Council·수산양식관리협의회)다. 간혹 친환경 인증이나 프리미엄 라벨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지속 가능한 형태로 조업한 수산물을 의미한다. 지난 2010년 세계자연기금(WWF)과 IDH(네덜란드 지속 가능한 무역)가 공동 설립한 제도로, 해양자원의 남획과 양식의 과밀화로 인한 오염을 막고 지속 가능한 양식어업을 추구하기 위한 국제 인증제도다. 해양생태계 및 어종 보호, 국제 규정 준수 여부 등 조업 과정 전반에서 30여개에 달하는 요소를 평가해 인증 절차를 진행한다. MSC는 ‘잡는 어업’을 대상으로 하며, ASC는 ‘기르는 어업’인 양식업에 대한 인증이다.
우리나라도 ‘비건 인증’이?
전 세계적으로 비건(vegan·완전한 채식)이 확산됨에 따라 비건 인증도 식품 선택 시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유명한 비건 인증기관으로는 영국의 ‘비건 소사이어티(The Vegan Society)’나 프랑스의 ‘이브(EVE)’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비건 인증기관이 있다. 지난 2018년 한국비건인증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최초 비건 인증·보증기관으로 인정받았다. 생산 공정에서는 동물 유래 성분과의 교차 오염이 없어야 하며, 동물실험을 통한 제품 개발 및 제조도 안 되는 등 까다로운 심사 과정을 받는다.
‘건강기능식품’ 확인하세요
혈관 속 지방을 녹인다는 ‘크릴오일’이나 여성에게 인기인 ‘ABC주스’는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다. 건강식품으로 알려진 것과 ‘건강기능식품’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그 기능성과 안전성을 인정받은 제품으로, 이 절차를 통과한 제품만이 ‘건강기능식품’ 문구를 표기할 수 있다. 반면 건강식품·천연식품 등으로 불리는 일반식품은 섭취량 기준이 없으며, 기능성에 대한 정부의 과학적인 인정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관계자는 “건강식품·천연식품 등을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제품 구매 시 ‘건강기능식품 인정 마크’를 확인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