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직원 투기 의혹에… 칼 뽑아든 정부
정 총리 “해체 수준 환골탈태하는 혁신” 언급
전문가들 “독점적인 지위에 힘 빼야”
“LH 기능 점진적 축소 불가피, 민간에 나눠야”
“정보유출, 사후적보다 사전적 조치 강화필요”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투기 의혹이 처음 제기된 광명 시흥뿐만 아니라 다른 3기 신도시 예정지에도 땅을 산 사실이 확인되면서 LH에 대한 조직 개편 요구 여론에도 힘이 더 실리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해체 수준의 환골탈태하는 혁신’을 예고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독점적인 지위에 힘을 빼는 동시에 이를 견제·보완할 장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봤다. 공공이 주도하는 공급대책 역시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는 11일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에 대한 1차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20명의 LH 직원들이 신도시 예정지에서 토지를 매입한 사실을 발견해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광명 시흥이 15명으로 가장 많았고 고양 창릉 2명, 남양주 왕숙, 과천지구, 하남 교산도 1명씩 있었다. 최초로 투기 의혹이 제기된 이후 정부가 LH를 통해 파악한 의심 거래자가 13명이었는데, 여기서 7명이 더 추가된 것이다.
앞서 “누가 제 이름을 걸고 투기를 하겠냐”는 의견도 있었으나, 국토교통부와 달리 LH에서 실명으로 취득한 사례가 나온 건 그만큼 직원들의 토지 매입이 대담하게 이뤄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조직 문화를 고스란히 드러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특히 20명 중 11명이 변창흠 국토부 장관의 LH 사장 재직시절 땅을 산 것으로 확인돼 변 장관 역시 책임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차 조사 결과로 LH를 향한 조직 개편 요구에는 더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최근 일각에서 거론하는 ‘LH 해체’ 등이 조직의 투명성을 제고할 방안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나, 어떤 방식으로든 개편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해체 수준의 환골탈태하는 그런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LH가 가진 독점적인 지위에 힘을 빼는 동시에 이를 견제·보완할 장치를 두는 쪽으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현재 LH의 사업 분야는 공공주택, 주거복지, 국가정책, 도시조성, 도시재생, 지역균형 등 광범위하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부랴부랴 공급을 확대하려고 하니 LH가 전면에 서게 되고 그 과정에서 조직의 공룡화, 정보 독점 등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면서 “LH의 기능을 점진적으로 축소해 민간에게도 나눠주면서 견제·보완하는 형태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봤다. 이어 “추후 나타날 ‘개발 위축기’까지 고려해 기능을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순히 기능을 떼어 타 기관에 넘기는 방식으로는 부족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조직 내부에서부터 오랫동안 근무할수록 정보 독점력을 가지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면서 “내부정보 유출과 관련해서는 사후적인 조치보다는 사전적 조치를 더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걸리면 나가면 된다’는 인식을 바꿀 만한 획기적인 조치도 동반돼야 한다는 게 송 부장의 의견이다.
LH의 조직 개편을 꾀하면서 기존 ‘공공주도’의 공급방안을 고수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기존 조직이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는 전제하에 공급대책도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는 것”이라며 “LH의 환골탈태와 함께 공급대책의 수정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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