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사지역 8곳 외에서도 투기의혹

지자체·지역공사 서둘러 자체조사 나서

차명거래 등 규명 어려워 여전히 한계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광명 시흥 땅 투기 의혹을 시작으로 개발예정지 곳곳에서 투기 의심 정황이 포착되면서 정부가 조사 범위(8곳)를 더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확대되고 있다. 조사 대상에서 빠진 지자체들은 잇달아 ‘셀프조사’에 착수해 의혹 털기에 나섰으나, 정부와 조사·공표방식 등에 대한 협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어서 이 역시 신뢰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이 투기대상”…‘땅투기 의혹’ 조사지역 어디까지 확대하나 [부동산360]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신규 공공택지 추진계획 대상지로 선정한 광주 광산구 산정지구의 한 농경지에서 지난 4일 일꾼들이 비를 맞으며 묘목을 심고 있다. [연합뉴스]

1차 조사결과 곧 발표…투기 의심지역은 계속 추가

9일 정부에 따르면 정부합동조사단은 이르면 오는 11일 3기 신도시 6곳(광명 시흥·남양주 왕숙·하남 교산·인천 계양·고양 창릉·부천 대장)과 과천 과천지구·안산 장상지구 등 총 8곳에 대한 1차 토지거래내역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1차 조사 대상은 국토교통부 직원 4500여명, LH 직원 9900여명, 지자체 직원 6000여명, 지방공기업 직원 3000여명 등 2만3000명이다. 정부는 이후 직원들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등으로부터 정보제공 동의서를 받아 조사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투기 의혹이 제기된 광명 시흥과 함께 지난달 24일 중규모 신규택지로 선정된 부산 대저, 광주 산정 등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조사 속도를 높이고 이른 시일 내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수도권 위주로 범위를 제한한 것으로 보인다. 대상 지역을 추가하는 것은 추진상황에 따라 필요성 여부를 검토해 결정하겠다는 게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정부가 조사 대상에서 빼놓은 지역에서도 투기로 의심되는 정황은 속속 포착되고 있다.

토지·건물 빅데이터 플랫폼 밸류맵에 따르면 신규택지 발표가 이뤄진 지난달 부산 강서구 대저1동에서는 총 90건의 토지거래가 이뤄졌다. 이는 월별 기준으로 최근 4년래 가장 많은 수준으로, 거래금액만 328억4746만원에 달한다. 이 기간 가덕도 신공항 이슈 등이 맞물리긴 했으나 거래량 급증의 구체적인 배경을 파악해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광주 광산구 산정동·장수동의 지난해 토지거래건수는 69건으로 직전 해(104건)보다는 줄었으나, 총 거래금액은 32억7214만원 늘어난 222억6218만원을 기록했다. 산정동에선 광명 시흥과 마찬가지로 묘목을 심는 작업이 곳곳에서 벌어져 인근 주민을 중심으로 보상을 많이 받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의심이 커지고 있다.

LH 직원의 땅 투기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참여연대에는 부산, 광주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국적·포괄적으로 제보가 수십건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투기의혹 털자” 지자체는 셀프조사…한계도 여전

정부의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지역들은 서둘러 셀프조사에 나서고 있다.

광주시는 자체 조사단을 꾸려 최근 5년간 근무 이력이 있는 광주시와 광산구 공직자 등의 토지거래내역을 조사하기로 했다. 용인시는 SK반도체클러스터, 플랫폼시티 건설사업 등과 관련해 해당 부서 직원이 사업 부지 내 토지를 보유한 사실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구도시공사는 2012년부터 토지보상이 이뤄진 수성의료지구, 대구국가산업단지, 안심뉴타운, 금호워터폴리스, 대구대공원, 식품산업클러스터, 복현주거환경개선지구 등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다만, 이는 조사·공표방식 등에서 정부합동조사단과 협의한 사항이 없는 자제 조사 형식이어서 제 식구 봐주기식 축소·소극 조사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또 지인 등을 통한 차명 거래를 적발할 정도의 광범위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런 조사들은 지자체에서 자체적으로 얘기가 나온 것이고 합동조사단 차원에서 논의된 사항은 아니다”라고 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궁극적으로 전수조사를 벌이는 것은 정책의 신뢰 회복을 위한 것”이라면서 “투기 의혹이 제기된 모든 지역으로 조사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봤다.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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