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차 미만 아파트들,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 인기
일시적 매물 잠김 상태…“적절한 호가 얼만지 몰라”
‘17평→19평’ 분담금 최소 4400만원 부터 시작
“대단지일수록 동의율(66.6%) 충족 어려워”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기존 30평형(리모델링 후 36평형) 아파트가 리모델링 사업계획승인이 나기 전에는 가장 좋은 고층도 12억원대였는데, 지금은 저층인데도 13억원대부터 시작해요. 그마저도 매물이 거의 없습니다.”(정자동 A공인 대표)
지난 24일 분당 정자동 한솔주공 5단지 아파트는 성남시로부터 리모델링 사업계획 승인을 받았다. 단지 내에는 1기 신도시 중 최초라는 점을 강조한 플래카드가 여렷 나부껴 들뜬 분위기를 실감케 했다.
가격상승 기대감이 치솟았다. 매도의사가 있었던 소유주들도 일시적으로 매물을 거뒀다. A공인 대표는 “지금은 ‘적절한 호가’가 얼마인지를 모르는 상태라, 일단 한 건 거래가 성사되면 거기 맞춰서 다시 매물들을 내놓을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재 용적률 170%에 건폐율은 11%인 이 아파트는 수평증축돼 기존 12개동이 16개동으로 늘어나고 지하주차장도 3층까지 새로 만들어진다. 일반분양분은 115가구가 나올 계획으로 현재 1156가구에 더해 총 1271가구가 된다.
조합원 분담금은 기존 17평형이 19평형, 25평형으로 바뀔 때 평면타입에 따라 최소 4400만원에서 최대 2억500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공사는 포스코와 쌍용건설이 함께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 아파트 소유주들이 택한 리모델링 방식은 재건축에 비해 사업성은 떨어지는 편이다. 일반분양분이 얼마 나오지 않아 조합원 각자가 분담금을 내고 자기 집을 고쳐쓰는 개념에 가깝다.
또, 내력벽을 유지한 채로 면적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평면이 가구마다 제각각으로 나오고, 실용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재건축과 달리 진입장벽이 낮은 이점이 있다. 아파트 연식이 15년만 넘으면 추진할 수 있고(재건축은 30년), 안전진단 등급도 B등급(재건축은 D등급)만 받으면 된다. 재건축과 달리 초과이익환수제도 없다.
이번 한솔주공 5차 아파트의 리모델링 사업 시작으로 다른 중층(10층~15층)이상 아파트 단지들도 리모델링에 관심이 더욱 커졌다.
같은 분당 구미동 무지개마을 주공4단지(1995년 준공), 야탑동 매화1단지(1995년 준공), 정자동 느티마을3,4단지(1994년 준공) 등도 리모델링 사업에 적극 나서는 중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이번 정부하에서 민간재건축은 너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루라도 더 빨리 녹물 걱정 없이 살고 싶고, 또 분담금을 낼 여력이 있는 동네에서는 리모델링이 대안으로 부상했다”고 언급했다.
리모델링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대단지일수록 주민 동의율(66.6%)을 충족시키는 것이 어렵다”며 “특히 지금 사는 곳에 만족하는데 수억원에 달하는 분담금을 낼 여력은 없는 주민이 많을수록 그렇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결국 리모델링 여부를 가르는 것은 ‘용적률’”이라며 “시공사들이 수주 경쟁에 나설 때 보는 것 중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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