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사랑에 웃고, 사랑에 우는 당근마켓?…신(新) 연애 풍속도!”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이 ‘당근듀오’로 주목받고 있다. 거주지를 기반으로 한 오프라인 직거래 방식이다 보니, 일회성 거래가 지속적인 만남으로 이어지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지는 것. 반대로 한쪽에선 헤어진 연인과의 추억이 담긴 선물을 정리하는 이들이 몰려들고 있다. 당근마켓이 연애 풍속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새로운 장으로 거듭나고 있는 모양새다.
A씨(28세·여)는 얼마 전 자신이 당근마켓에서 판매한 필름 카메라 구매자로부터 “시간 되면 같이 우동 먹으러 가실래요?”라는 제안을 받았다. A씨는 “정중하게 거절했지만 거래 매너가 좋았고, 망설이다 메시지를 보낸 것이 느껴져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고 회상했다.
당근마켓에서 ‘이상형’을 만났단 사례도 A씨 뿐만이 아니다. 온라인 상엔 관련 후기가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경찰공무원 준비생이라 당근마켓에서 문제집 2권을 샀는데 판매자가 합격자라 궁금한 걸 물어보던 차에 마음이 생겼다”, “가방 팔러 나갔다가 미인이라고 메시지가 왔다. 요새는 이렇게 추파를 던지나보다” 등 다양한 후기가 이어지고 있다.
반대로 다른 한 쪽에선 당근마켓을 ‘이별 정리소’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헤어진 연인에게 받은 선물, 어쩌다 맡게 된 물건 등, 옛 남자친구, 여자친구와의 추억이 담긴 물건을 그냥 내다버리기엔 아까워 양도하겠단 것이다.
직장인 이모(35)씨도 최근 당근마켓에 옛 여자친구에게 받은 명품 카드지갑을 판매했다. 그는 “아내가 당근마켓을 시작해 나도 뭐 팔 물건이 없나 살펴보다 전 여자친구인지, 친구인지 모를 사람에게 받은 물건을 발견해 헐레벌떡 팔게 됐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이용자 B씨(33)도 4년 전 선물받은 명품 가방을 당근마켓에 내놨다. 280만원에 달하는 고가품이었지만 200만원이나 깎아 올렸다. B씨는 “헤어진 이후로는 잘 들게 되지 않다보니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중고 명품 사이트에 팔려고보니 절차도 복잡하고, 쓴 흔적도 꽤 있어서 빨리 처리할 수 있는 당근마켓에 올렸다”고 말했다.
이용자들은 당근마켓이 다른 중고 플랫폼과 달리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점,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 성격을 띠는 점 등이 ‘당근 듀오’, ‘당근 이별소’라는 새로운 장을 만드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당신 근처의 마켓’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당근마켓은 GPS 반경 4~6㎞ 이내 ‘동네’ 주민하고만 거래가 가능하다. 대부분의 중고 거래 플랫폼이 비대면, 택배 배송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것과 달리 오프라인 직거래를 권장한다. 또 최근 앱 카테고리를 ‘쇼핑’에서 ‘소셜’로 변경할 정도로 ‘우리 동네 온라인 커뮤니티’란 정체성도 확고하다. 이에 이성과의 거래를 만남으로 이어가거나, 타 중고 거래 플랫폼에선 언급하기 힘든 연애사 등을 부담없이 언급할 수 있단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이성과의 거래시 이용자의 주의가 필요하단 지적도 나온다.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접근이 자칫 불미스러운 일로 번질 수 있단 것이다. 당근마켓은 최근 ▷성희롱 ▷음란성 메시지 ▷불법 거래 유도 ▷욕설, 혐오 발언 등 메시지를 받았을 때 개별 메시지를 신고하는 메시지 신고 기능을 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