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서구청, 아동 학대 불거진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 선임
이전 학대 원장 뽑은 교육위원 3명, 이번 원장 선임에도 참석
피해 학부모 “서구청장, 학부모들 의견 반영한다는 약속 어겨”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원생 학대를 묵인한 어린이집 원장을 선임한 전력이 있는 인천서구청 교육정책위원회가 학대 피해 학부모들과 의논 없이 새로운 원장을 선임해 원성을 사고 있다.
24일 인천서구청은 지난 22일 국공립 인천서구청어린이집의 새로운 원장을 선임해 공고했다고 밝혔다. 원장은 지자체 교육정책위원회가 선정했다. 교육정책위원회 위원 8명 중 3명은 아동 학대 묵인 혐의를 받고 있는 전 원장을 뽑았다.
한 학대 피해 학부모 A씨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피해 학부모들이 공정한 심사가 아니라고 서구청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아직도 답을 받지 못했다”며 “제2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공정한 심사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A씨는 “이재현 인천서구청장이 면담에서 원장과 교사 선정에 학부모들과 의논해 학부모들의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며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우리 아이들이 수개월간 학대를 당하는 가운데 관리감독 한 번 하지 못한 서구청에 마음의 상처를 입었으며, 지켜지지 않는 약속으로 또다시 마음의 상처를 입어야 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인천서구청은 “원장 선정에 학부모들의 질문을 듣고 답을 하는 과정은 거쳤다”며 “다만 학부모와 의논하고 의견을 반영하는 부분은 관련 법 등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어 “아이들에게 더 중요한 교사 선정에는 학부모 한 명이 필수적으로 참석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덧붙였다.
인천서구청어린이집 교사 6명은 지난해 11~12월 중증 자폐 장애가 있는 B(5)군 등 10명을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 10명 중 6명은 장애아동이었다. 이들은 아동들의 얼굴에 물을 뿌리고, 플래시 빛을 비추는 등 엽기적인 학대를 저질렀다. 또 머리채를 잡아 폭행하거나 사물함에 가둬버리기도 했다.
학대를 주도한 교사들은 “단순 훈육이었다”는 말로 일관하며 피해 부모들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 17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어린이집 교사 6명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어린이집 원장도 아동복지법상 주의 의무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