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미중대화 재개 준비”에

백악관 “美 강력한 위치 선점”

中 군사력 강화 제동 의지도

“中은 경쟁상대”…‘대화의 손’ 뿌리친 美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2일 유엔 군축회의 화상 연설에서 “동맹·파트너와 협력하면서 미국은 중국의 도발적이고 위험한 무기개발프로그램과 관련해 더 큰 투명성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은 블링컨 국무장관이 지난 4일 미국 워싱턴DC 국무부에서 연설하는 모습. [AP]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이 내미는 ‘올리브 가지’를 잇따라 거절하며 대중(對中) 강경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 기간 단절된 미중 양자 대화 채널을 복구하자는 중국 측의 제안에 백악관과 국무부가 나서 대화보단 경쟁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놓는 한편, 중국의 군사력 강화 움직임에도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중국을 강력한 경쟁 상대로 보고 있다”며 “미국이 보다 강력한 위치를 선점한 뒤 중국과 (대화 등의) 관계를 맺기를 원하며, 이는 전 세계 미국의 동맹은 물론 미국 내 초당적 협력을 통해 이뤄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키 대변인의 발언은 전날 미중 대화 재개에 대한 준비가 다 됐다는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발언에 대한 대답의 성격을 띄고 있다.

왕 부장은 중국공공외교협회와 베이징대, 인민대 주최로 외교부 란팅(藍廳)에서 열린 란팅포럼(藍廳論壇)에서 홍콩·신장(新疆) 등 중국의 핵심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미국과의 대화를 통한 관계 개선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왕 부장은 중국은 미국에 도전하거나 미국을 대체할 의도가 없다고도 강조했다.

백악관에 이어 미 국무부도 중국의 화해 제스처에 대해 대놓고 평가절하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정부의 행동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위한 지속적인 패턴을 그대로 보여준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왕 부장의 연설에 대해 “약탈적 경제 행위, 투명성 부족, 국제 합의 준수 실패, 보편적 인권 탄압에 대한 책임을 피하려는 것”이라며 “신장 등 중국 지역에서 인권이 침해되거나 홍콩의 자율성이 짓밟힐 때 우리는 우리의 민주적 가치를 계속 옹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또 유리한 위치에서 동맹과의 협력을 통해 중국과의 경쟁에 접근하겠다는 미국의 원칙을 거듭 거론하면서 “이것이 정확히 우리가 ‘쿼드(Quad)’와 유럽·인도태평양의 동맹·파트너와 하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쿼드는 미국이 일본, 호주, 인도와 함께 중국 견제를 위해 구성한 협력체다.

바이든 행정부는 다자외교 무대에서도 중국에 대한 압박을 이어나갔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22일 유엔 군축회의 화상 연설에서 중국의 콕 집어 경고했다.

블링컨 장관은 대량살상무기 제거·감축을 위한 미국의 책임을 거론하면서 “동맹·파트너와 협력하면서 미국은 중국의 도발적이고 위험한 무기 개발 프로그램과 관련해 더 큰 투명성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블링컨 장관은 “그들(중국)의 핵무기로 제기된 위험 감축을 목표로 한 노력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이며 중국의 핵무기 개발 가속화에 대한 경계심을 나타냈다.

미국과 러시아 간 핵통제 협정인 ‘뉴스타트(NEW STRAT· New 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가 5년 연장됨으로써 핵통제 제한이 없는 중국이 이들 두 나라를 따라잡을 5년의 시간을 더 벌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의 무기 개발에 있어 투명성을 문제 삼으며 압박에 나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신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