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단 13대 생산 된 스낵카
소유주는 무상기증 원하지만…
市는 활용방안 못찾아 미적미적
버스硏 “미래유산 ‘또’ 폐차 우려”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영동스낵카’가 지난해 폐업한 이후 1년 가까이 방치된 채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했다. 소유주가 서울시에 무상으로 기증하고자 하는 의사를 밝혔고, 어렵게 복원작업도 마쳤다. 그러나 정작 시청에선 활용방안을 찾지 못해 섣불리 기증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또 하나의 서울미래유산이 폐차돼 사라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5년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영동스낵카는 고철 버스를 개조해 우동과 김밥 등 메뉴를 판매했던 푸드트럭의 조상이다. 문제의 차량은 아시안게임을 앞둔 1985년 아시아자동차에서 제작돼 영업을 시작했다. 1993년 한티역 8번 출구 인근 나대지에 정착한 뒤 지난해까지 장사를 이어왔지만 지난해 4월 1일 장사를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
영동스낵카 사장 박윤규(62)씨는 서울미래유산인 영동스낵카를 그대로 폐차 시킬 수 없어 직접 복원 사업에 나섰다. 지난해 5월 한달에 걸쳐 외관을 수리했다. 개인적인 욕심은 아니었다. 이제는 영업에 사용하지 않는 서울미래유산을 서울시에 기증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지난해 4월 폐업한 영동스낵카가 1년 가까이 방치돼 있다. 소유주는 무상으로 기증하겠다는데, 정작 미래유산으로 지정한 서울시가 마땅한 활용방안을 찾지 못했다며 기증절차를 미뤘다. 구체적인 보존·유지와 관련된 지원 규정이 없다는 게 이유다. 서울미래유산 사업은 발굴·홍보를 중심으로 예산을 편성해 운영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미래유산 사업에 전시 공간이 따로 없다보니 당장 보관처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기증을 받더라도 활용은 전시공간을 갖고 있는 곳에서 해야 하는데, 구체적 방안이 나오지 않아 난감한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해 두차례 공문을 통해 서울시에 영동스낵카를 활용할 의사가 있는 기관과 부서가 있는지 수소문 했지만 손들고 나선 곳이 없었다는 것이다.
한 평생 함께 해온 스낵카가 찬밥신세로 전락하자 소유주인 박윤규 씨는 애가 탄다. 그에게 영동스낵카는 자식 같고 친구 같은 존재다. 지난해 5월에는 한달에 걸쳐 차량 수리도 했다. 2000만원 넘는 수리비도 처음엔 사비를 털어 지불했다. 시청에서 사후에 수리비를 지원받은 건 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같은 해 11월이었다.
서울미래유산을 서울시에 무상으로 기증하고 싶어하는 그의 바람은 소박하다. 그는 “대단한 박물관에 보관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한때 존재했던 스낵카의 역사를 어떤 형태로는 의미있게 되새길 수 있는 방식이라면 모두 환영”이라고 했다.
차량 전문가들도 영동스낵카를 비롯한 서울미래유산의 보존과 관리 규정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원정 한국버스연구회 대표는 “해당 차량은 1985년도 아시아자동차가 단 13대 생산해 전국에 총 6대 대밖에 남지 않은 보존가치가 높은 모델”이라며 “앞서 서울미래유산이었던 관악스낵카 역시 폐업 후 고철값 40만원에 폐차됐는데, 또 하나의 미래유산이 그렇게 사라질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는 혹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 모를 영동스낵카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 유튜브 채널 ‘원정TV’에 차량 복원과정과 결과들을 영상물로 남겨놨다. 이 대표 역시 고교시절부터 영동스낵카 단골로 눈도장을 찍으며 버스 전문가의 꿈을 키워왔던 한 사람이었다.
그는 “시청도 계속 규정이 없다고만 하지말고, 미래유산의 보존과 유지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에 나서야 하지 않겠냐”며 “시에서 아이디어가 없다면 시민들에게 공모라도 하든지해서 적극적인 활용방안을 모색해달라”고 덧붙였다. 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