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단통법 해볼만 하다, 찬성" (LG전자, 팬택)
“글로벌 비즈니스에 심각한 손상올 것, 반대” (삼성전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도입 논의가 한창이던 2014년. 국내 제조사 3곳이 밝힌 의견이다. 약 7년여가 지난 지금, 아이러니하게도 단통법을 찬성했던 팬택은 이미 사라졌고 LG전자마저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코 앞에 뒀다. 단통법을 반대한 삼성전자만 국내 제조사 중 유일하게 스마트폰 사업에서 생존했다.
단통법은 이통사, 제조사들이 고객에게 차별적으로 보조금을 주는 것을 규제한 것이다. 도입 당시, 통신사가 주는 최대 지원금을 33만원으로 제한한 ‘지원금 상한제’가 대표적이다. 유통점마다 지원금이 달라 이른바 ‘호갱’이 생겨나는 것을 막고 휴대전화 유통질서를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한 취지로 지난 2014년 10월 도입됐다.
팬택에 이어 LG전자까지 스마트폰 사업 쇠락의 길을 걷게 되면서 국내 단말기, 통신시장의 판을 바꾼 단통법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LG전자에게 단통법은 ‘독’이었을까. 아니면 그나마 생명을 연장시켜 준 ‘생명수’였을까.
단통법, “LG 점유율 하락, 애플만 배불렸다?”
전문가들은 단통법이 팬택, LG전자 등 국내 제조사의 쇠락과 관련이 깊다고 주장한다. 보조금을 규제해 단말기 시장 자체가 침체되면서 제조사의 단말기 판매· 마진 감소로 이어졌다는 것이 그 이유다.
특히 상대적으로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국내 제조사에게 단통법은 치명적 악재였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단통법 시행 이후 보조금 규모가 줄고, 비슷비슷해져 인지도가 낮은 팬택, LG전자는 고객 유인책이 사실상 사라지게 돼 크게 고전할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애플 아이폰이 국내 시장에서 급성장한 시기도 단통법 직후다. 단통법 시행 직전인 2014년 3분기 5.3%였던 애플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단통법 시행 후 한 분기 만에 27.3%로 수직상승했다. 같은기간 LG전자는 26%에서 13.8%로 점유율이 뚝 떨어졌다.
이 때문에 당시에도 ‘애플이 단통법의 최대 수혜자’라는 평가가 나왔다. 국내 제조사 중 가장 규모가 적은 팬택이 직격탄을 맞았고, 단통법 도입을 찬성했던 LG전자는 단통법 시행 1년도 채 되지 않아 “지원금 상한제를 폐지시켜 달라”를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단통법이 LG 점유율 하락의 신호탄이 됐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싸게 파는게 왜 문제?” 단통법 개선 요구 봇물…대폭 손질 움직임 본격
결과적으로 단통법 시행 후 국내 제조사 3곳 중 2곳이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하면서, 시장환경 변화에 따른 단통법 폐지 요구는 더 거세지게 됐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단통법이 국민 부담만 늘렸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상태다.
이에 정부, 국회 차원에서도 단통법 개정을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 했다. 당장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분리공시제’ 도입을 시작으로 단통법을 손 본다는 계획이다. 분리공시제는 소비자들에게 지원되는 지원금의 재원을 통신사, 제조사로 각각 구분해 공개하는 것이다. 단말기 출고가를 인하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방통위는 기대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단통법 폐지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단통법 폐지하고 지원금 공시제도를 개선한 관련 법안을 지난해 11월 발의한 상태다.
한편 일각에선 단통법이 없었다면 LG전자 스마트폰 부진이 더 빠르게 진행됐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을 통한 보조금 규제가 없었다면, 치열해진 단말기 시장에서 오히려 경쟁이 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