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법감시위 설치 요구했지만 실효성 낮다 판단
이재용, 대법원 상고하더라도 형량 바꾸기 어려워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79일만에 구치소에 다시 수감된다. 그동안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를 강조하며 집행유예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지만, 결과는 실형이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는 18일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해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에게도 같은 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재판이 파기환송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피고인들에 대해 구속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이 부회장과 최 전 실장, 장 전 차장을 모두 법정구속했다. 2018년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났던 이 부회장은 1079일만에 재수감됐다.
‘준법감시위’ 설치 요구하고 이재용 꾸짖은 재판부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초범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먼저 뇌물요구했다는 점, 이미 업무상 횡령액 86억여원을 대부분을 피해 회복했다는 점은 양형에 유리한 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뇌물요구에 편승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했고, 묵시적이긴 하지만 승계작업을 돕기 위해 대통령 권한을 사용해달라는 취지의 부정 청탁을 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대법원은 이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뇌물을 공여한 정황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을 향해 “무려 86억8000여만원에 이르는 삼성전자 자금을 횡령해 뇌물로 제공했고, 허위 용역계약 체결 등의 방법으로 범행 은폐했을 뿐 아니라 국회에서 위증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는 삼성전자 측에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하고 범행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특검이 기소한 바와 같이 국정농단사건의 일부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보면 정치권력 바뀔 때마다 반복돼왔던 삼성 최고경영진이 가담한 뇌물사건의 연장선상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준법감시제도를 강화한 것을 양형조건으로 참작하려면 그 실효성을 엄격하게 검증할 필요 있다”면서 “삼성의 진정성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새로운 삼성준법감시제도가 실효성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이상 양형조건으로 참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준법감시위원회가 설치되기는 했지만, 향후 동종 범죄 재발을 막을 수 있을 만큼의 실효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1079일만에 재수감… 이재용 풀려날 가능성 매우 낮아
이재용 부회장은 특검 수사가 절정이던 2017년 2월 구속됐다. 이후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이듬해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353일 동안 구속돼 있었기 때문에, 이 부회장은 앞으로 1년 반 정도 수감생활을 해야 한다.
이 부회장은 대법원 판단을 다시 한 번 구할 수 있지만, 형량이 바뀔 가능성은 매우 낮다. 대법원은 사실관계 판단을 하지 않고 법리 잘못이 있는지 여부만을 심리한다. 형량이 과한 것인가에 대한 판단도 금고 10년 이상, 무기징역 또는 사형 등 중형이 선고된 경우에만 대법원이 관여하고, 원칙적으로는 집행유예가 선고됐다는 사정은 상고사유로 삼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