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규제에 따른 역풍선효과

지난주 상승률 서울·수도권 2배

리모델링사업 적극 추진도 호재

‘서른살 1기 신도시’ 집값 가파른 상승 이유는…

1기 신도시의 집값 상승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서울·수도권과 비슷한 흐름을 이어갔으나 11월 이후 격차가 벌어지는 모양새다. 수도권 대부분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역풍선효과’를 누린 것으로 보인다.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이 큰 데다 인프라가 갖춰져 있고 서울 출퇴근이 용이해 전세난을 피해 매매시장에 뛰어든 무주택자의 이목을 끌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여기에 구축 아파트를 중심으로는 리모델링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투자수요도 일부 유입되는 분위기다.

18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경기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부천시 중동, 안양시 평촌, 군포시 산본 등 1기 신도시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15일 전주보다 0.32% 올랐다. 전국(0.16%)은 물론 서울(0.14%), 수도권(0.16%)과 비교해도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1월 첫째주보다 격차가 다소 줄었으나 여전히 상승률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상승흐름은 정부가 수도권 주요 도시를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은 지난해 11월 본격화됐다. 상승률 추이만 봐도 1기 신도시와 서울·수도권의 상승곡선은 점차 벌어지고 있다.

1월 들어 2주간 신도시 주요지역의 매맷값 상승률을 살펴봐도 ▷일산(1.19%) ▷중동(0.73%) ▷산본(0.70%) ▷평촌(0.62%) ▷분당(0.54%) 등 1기 신도시가 ▷위례(0.53%) ▷파주운정(0.48%) ▷동탄(0.32%) ▷김포한강(0.20%) ▷판교(0.16%) 등 2기 신도시보다 우위에 있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일산 장항동 ‘킨텍스원시티 3블록’ 전용 84㎡는 지난해 11월 20일 14억원에 매매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지난 6월 10억5000만원에 손바뀜하며 처음 10억원을 돌파한 지 5개월 만이다. 현재 호가는 15억~15억5000만원 선에서 형성돼 있다.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서 입주 가능한 물건은 없고 세를 안고 내놓은 물건도 막상 매수자가 나타나면 보류하겠다고 한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업소 관계자의 전언이다.

평촌도 중소형 아파트가 10억원대를 돌파했다. 안양 평촌동 ‘향촌롯데’ 84㎡는 지난달 10억4700만원에 매매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같은 동 ‘귀인마을현대홈타운’ 80㎡도 지난달 최고 9억6500만원에 손바뀜이 이뤄지며 10억원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서울에서 전세 구하기도 힘들고 매매전환도 어렵다 보니 서울과 가까운 1기 신도시로 수요가 이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모델링 추진도 호재로 작용한다. 1기 신도시의 상당수 아파트는 준공된 지 20년 이상 지났다. 이들 아파트가 리모델링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재건축보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어 진행속도도 더디지 않은 편이다.

일산에서는 ‘장성마을2단지’, ‘문촌17단지’ 등이 조합설립에 들어갔고 산본의 ‘우륵’은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오는 3월께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평촌에 있는 ‘목련마을 선경2단지’ 리모델링 조합은 효성중공업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전문가들은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1기 신도시의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리모델링 가능성이 열린 구축아파트에 대한 투자수요가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양 소장은 “중저가 아파트의 경우 대출규제도 덜한 편이라 수요가 유입될 개연성이 크다”고 했다. 김은희 기자